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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 탈출기

힐링의 날들

by 피오나요

새벽 내내 요란하게 들리는 비는 오전까지 계속되고있다.

이런 날 방에 누워 뒹굴거리는 휴식이라니, 참 좋다!

일찍 눈을 떠서 방밖으로 나가 볼까 했지만, 이 빗속에도 베란다 (참고로 우리 베란다는 마당 수준이다) 청소를 하시는 어머니 빗질이, 빗소리와 맞물려 유난히 우리 방까지 크게 들리는 관계로 급히 화장실만 다녀오고 다시 이불 안으로 속 들어가게 해 버렸다.

“일주일에 4번을 청소하시면서 이 빗속에 또 저러고 계신다고!! ” 나는 또 혼자 중얼거린다.

시어머니랑 살게 되면서 어머니의 부지런하다 못해 집착적인 행동들이, 나의 시선을 집 밖의 세상으로 출렁이게 했다.

처음 나가리라 마음먹고, 아는 지인이 새로 가게를 하는데 사람 필요하단 소리에, 지인을 대동하고 마치 빗받으러 따지러 온 사람 마냥 일자리 달라고 죽치고 앉아 버렸다.

일 잘한단 소리에 뭐든 자신 있던 나는. 한번 마음을 먹으니 소도 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생각해 보면 어디서 그런 자신감이 생겼는지… 아마도 시어머니와 하는 집안에서의 에너지 소모가 나를그렇게 만들지 않았나 싶다. 뭐든 이것보단 나으리..


6남매의 맞딸로 무능한 부모대신 동생들 다 건사하고, 50에 남편 먼저 보내시고, 30년를 혼자 자식들 성공시킨 시어머니. 그 시대 누구의 부모님들과 똑같이 세상 열심히 사신분이다. 태생부터 부지런하셔서 엉덩이 붙이고 오래 앉아 계신 적 없으시고, 아들, 딸에 재산 일구고,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사셨는데 ,남편만 일찍 보냈다고…세상 곧곧이 말하시는.

한마디로 천상천하 유아독존인 분이시다.

그나마 이젠 연세가 있으셔서 힘이 빠진 모습이시지만, 내가 시집와서 또 함께 살게 되면서 어머니쪽 친척분들이 내 등을 두드리며 한 마디씩 했다.

세상 제일 힘든 분과 함께 하게 됐노라고,

“내가 네 마음 잘 안다” 처음엔 나도 자신 있었고, 지금은 나의 모자람을 인정하게 됐다.

아무튼 나의 시어머니 탈출기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처음 하게 된 요식업의 일들은 생각보다 , 무척이나 고된 일이었다. 손과 발은 퉁퉁 붙고, 아파서 움직여지지 않았고, 밤마다 열손가락 끝은 피가 터져서 뿜어져 나갈 듯한 고통에 잠도 오지 않았다.

그래도 버텼다. 아들만 고생하는 게 아닌 저도 고생해요 하고 어머니께 보여주고 싶었던 .

어느 날. 밤 12시까지 12시간을 일하고 온 나를 향해어머니께서 한마디 하셨다.

“나는 새벽 1시에 들어와서 4시까지 집안일하다

새벽 6시에 다시 일하러 나갔다”

남편왈 “우리 집엔 입주 도우미 누나가 있었어”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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