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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 탈출기 2

부엌에서 편 가르기

by 피오나요

‘그래서 뭘 어쩌라고’ 이 말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 뻔했다.

평소 귀가 잘 안들리시는 어머니인터라 내가 혼자 중얼거려도 그 말을 듣지 못하시지만, 이미 나는 어머니의 그 말들을 소화시키고 있었다.

말을 안 한다고 어찌 대화가 아니겠나! 하던 손을 멈추고 잠깐 가만히 있는 그 순간도 영민한 어머니는 이미 나의 기분을 알아차리셨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하고 싶은 건 다 해야 하는 성격이신 분이, 말 또한 가슴에 담아 두지 못하고 해야 직성이 풀리시는 것을.

나 또한 인자하고, 어진. 소위 말하는 국민 며느리가 아니므로 일단 참았다는 것에, 스스로 대견해했다


임신을 했을 때도, 아파서 며칠을 누워 있어도 며느릴 위해선 죽 한 사발 해주신 적이 없으신 철저하리 만큼 며느리는 딱 며느리인 분이시다.

밥상에선 더욱 그 마음이 확연하게 나타나신다.

무조건 당신 아들 쪽으로 반찬을 몰아주시는, 김치 좋아하는 나에겐 김치도 아까워 몇 조각 안 내어 주시는 분이시다.

한 번은 너무 서러워 “어머니 김치 그렇게 조금 주심저 눈치 보여서 못 먹어요 ” 했더니 깍두기 통에서 양파만 한가득 주시며 “너 김치 좋아하니?” 이러신다.

특히 본인이 만드신 건 본인이 꺼내 주신다.


내가 결정적으로 밖에 나가서 일을 하게 된 계기가 바로 주방에서의 어머님과의 에너지 싸움이었다.

본인 음식에 부심이 있으셔서 당신 것이 젤 맛있고 , 영양가 있다고 생각을 하셔서 내가 음식만 하면 옆에서 그놈의 영양가 타령을 하신다.

여하튼 내가 주방만 나오면 따라 나오신다.

옆에서 보는 딸아이가 “할머니 나와서 행주로 슬쩍 싱크대 한번 닦고, 냄비 열어보고, 냉장고 열어 보시고 엄마 뒤에서 어슬렁 거리셔 ” 하는데 정말 여간 신경 쓰이는 것이 아니었다.

내가 곰국을 한솥 끓이면 , 다음날 바로 또 곰국을 끓이시고, 김치찌개를 하면 또 김치찌개.. 계속 이런 식이다.

시골에서 막 김장해서 보내주신 김치를 보곤 김장을하시고, 고추장을 선물 받으면 고추장을 또 담그시고, 내가 필요해서 받아온다고 생각해서 그러신 건지, 내 생각을 해서 그러실 분이 아니므로 도대체 무슨 맘인지 감을 못 잡겠어서

“힘드시니 그만하세요”

아무리 말씀드려도 그냥 하신다.

정확하게 말하면 내가 어머니와 또 해야 하는 것이다.


중요한 건 식구들 모두 어머니가 한 음식이 맛이 없다고 입에도 안 댄다.

이래저래 남편과 딸은 내가 한 음식만 기다리고 있어서, 두 여자가 만든 음식이 식탁엔 다 차려진다.

또한 누가 했던 어머니가 계실 땐 식탁에선 “맛있다”는 말이 금기어가 되어버렸다.

그러니 나라도 어머니가 만드신 음식을 일부러 열심히 먹는다.

그럼 또 거기다 대고

“우리 식구들은 뭘 안 먹어 이러신다.” ㅎㅎ

“어머니, 우리 식구는 누군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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