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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 탈출기 3

일단 건들지말자.

by 피오나요

우리 집은 어머니, 일하는 남편, 고교생딸, 나 그렇게 4 식구인데, 남편은 잘해야 하루 두 끼, 딸은 한 끼도 집에서 밥을 안 먹는다. 그런데도 우리 집은 한 달에 10kg 쌀과 5kg 고구마를 보름에 한 번씩 꼬박꼬박 산다. 아무래도 이상해서 신경 쓰고 지켜봤다.


어머니가 우리가 없을 때나 , 새벽에 본인이 드시고 싶은 대로 찾아드시는 거였다.

첨엔 뭐라도 잘 드심 괜찮다 생각했지만, 입맛 없다며 밥에 김치 국물이나, 물 말아 드시기 일쑤 이신 분이라 솔직히 치매가 아닌가 의심도 했었다.

아휴 … 치매가 아니라 그나마 다행이었지만, 몸이 아파도 염색이며 파마며 기간별로 꼭꼭 머리 하러 다니시고, 여전히 여든이 넘은 나이에도 굽이 있는 높은 신발을 선호하신다. 본인 키가 작은 게 싫으시단다.

젊은 나보다 자기 관리가 더 철저하셔서 참 다행이란 생각을 많이 하지만, 그래도 당신이 많이 드시는 것 또한 자식 앞에서 체면 빠지는 일이다 생각하실 줄은 미처 몰랐다.

정말 피곤하게 사신다. 남의 시선이 뭐가 그리 중요하실까?


우리 집은 음식 재료만 많이 사는 것이 아니다.

집엔 업소용 세재와 락스가 박스째 대기하고 있다. 며칠에 한 번씩 락스 냄새가 집안에서 진동을 한다. 부엌, 베란다, 어머니 화장실에 락스를 들어 붙기 때문이다.

그런 날은 방에 조용히 있다가 주무실 때 나가서 식기며, 싱크대며 다시 뜨거운 물을 부어 냄새를 빼고 깨끗이 씻는다.


팔십 넘어 평생을 저렇게 하셨는데, 이제 누가 말한다고 들으실 분도 아니시고, 세상에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하지만 자식 이기시는 분이 우리 어머니시다.

2남 1녀에 장남인 울 남편과 50 넘어도 혼자 지내는우리 도련님이 시어머니 아들이다.

“엄마가 나 젊을 때 그리 결혼을 반대했잖아!“

그 도련님이 부모에게 져준 아들 된다.

그러니 며느리가 무슨 말을 해도 노엽고, 괘씸한 듯 내가 결혼 초부터 듣던 말이다.

“내 말에 토 달지 말라.

나는 누구 말 안 듣는다. 내 하고 싶은 대로 해 ,

우리 애들도 그래서 나 안 건드린다 “

“암요 암요. 저도 저의 부모님 잔소리도 듣기 싫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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