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편) 전남편에게 온 이메일 1통

이메일, 과거회상, 전남편, 미성숙, 미련, 이별, 이혼

by 찡순이


통계적으로 보았을 때,

# 이혼에 대한 스트레스는 남자보다 여자가 더 많이 받는다고 한다. (구글 출처)

# 이혼보단 사별이 더 힘들 수 있지만 슬픔의 강도는 단정 지을 수 없다.

그만큼 상실감은 고통스러우니까.


다 잊은 줄 알았다.


서로의 성격과 가치관을 극복하지 못한 채

신혼여행 후, 한국 와서 별거 후 마무리했으니

꿈꿔왔던 결혼생활이 그렇게 허무하게 끝난 게 얼마나 비참하고 속상한지는 경험해보지 않으면 알 수가 없다.


그래도 중간에 미련이 남아 부부상담도 하고 그랬지만 일시적이었고 우린 다시 본모습으로 돌아갔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그냥 나는 그래도 노력하면 달라질 줄 알았다.


우리는 연애당시에도 헤어졌을 때

이메일을 주고받았다.

이메일은 알람을 하지 않는 이상

확인할 일이 없다.


서로에 대한 마음의 척도랄까..

이메일을 확인하고 답장하는 건 서로에게 마음이 아직 남아있다는 암묵적인 느낌처럼


방청소를 하다가 정리하지 못했던 사진들이 나왔다. 나도 모르게 감정이 극도로 치달라서

전남편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답장이 올 거란 생각은 못했다.


네이버 이메일은 수신확인이 가능해서

상대방이 읽었는지 알 수가 있다.


상대방은 3시간 만에 이메일을 수신하였지만

답장은 없었다.

다음날 궁금해서 이메일을 열어보니

생각지도 못한 이메일이 도착했다.




눈물이 왈칵 쏟아지면서

나도 모르게 주체할 수 없는 소리와

슬픔 함께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20대의 나의 풋풋한 시절을 기억해 주는 유일한 사람이라 그런 건지. 아니 내가 너무 힘들어서 그런지는 알 수가 없다.

12년의 시간을 단칼에 자르지 못하는 나의 미련일지도 모르니까.


처음엔 상대방만 원망했었다.

내가 세상에서 제일 피해자이고

내가 제일 억울한 사람이고 내가 제일 힘든 사람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니

나 자신을 객관화하여 볼 수 있었다.

상대방에게 매번 잘못을 지적면서

나 또한, 상처를 많이 줬고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지 못하였다.

이런 감정이 들수록

나는 나 스스로를 채찍질하면서

나는 깊은 동굴 속으로 천천히 스며들었다..


아는 언니가 그랬다.


그 버스는 이미 지나간 거라고.


알고는 있다.

근데 이메일을 받는 순간, 그리고 지금도

마음이 아프고 하염없이 눈물이 쏟아진다.


상처 줬던 상대방에 대한 미안함인 건지

상처받았던 과거의 나를 회상하는 건지


난 아직도 이별에 있어선 관대하지 않고

아직도 난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비련의 여주인공인가


언제쯤 상대방이 떠올랐을 때 아무런 감정이 없을까..

12년 세월이 참 야속하다.


# 난 언제쯤 이 아픔을 극복할 수 있을까..


난 인간 로봇이고 싶다.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흰머리가 많이 자랐다..

다이소에서 구매한 500원짜리 핀셋으로

서로의 흰머리를 뽑아주며, 일상 이야기를 하면서

미래를 함께 꿔왔으니까


이젠 흰머리도 뽑아줄 그 누구도 곁에 없다는 생각에

마음이 너무 아프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4편) 직장은 나의 마지막 희망, 탈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