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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숙 AI질러군

미래소설 AI팝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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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팝콘이 린치를 가했던 대상은 공교롭게 재재의 외삼촌이었다. 충격적인 사실이라고 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재재는 그의 삼촌과 극단적인 관계로 치닫고 있었기 때문이다.

실례로 팝콘이 존재하지 않았을 때만 해도 재재는 그저 삼촌의 먹이였다. 지나친 훈계와 꾸지람으로 녹초가 되기도 했으나, 삼촌은 그걸로 끝내지 않았다.

삼촌이 만든 AI 질러는 재재를 사정없이 물어뜯었다. 질러는 무척 사나운 투견을 모델로 만들었기 때문에 재재를 물면 끝장을 볼 정도였다.

"이런 못된 짐승이라니."

팝콘의 앙숙 질러(그림 윤기경)

사실 녀석은 간악한 세포로 형성된 동물은 아니었으나, 다이아로 만든 좌우의 송곳니는 보기에도 치를 떨게 만들었다.

재재가 팝콘을 만든 이유는 순전히 그 때문이었다. 엉성한 실력이지만 두뇌은행에 보관된 기억장치 몇몇 씬과 구리선 혈관과 알루미늄 조각으로 배치된 몸뚱이는 팝콘을 적당한 불균형으로 만들었다.

"그게 무슨 장난감이나?"

삼촌은 코웃음을 쳤다. 그 옆에서 질러는 "으르렁으르렁" 날카로운 송곳니를 빛내고 있었다.

팝콘은 흠칫 그렇지 않아도 왜소한 몸뚱이를 잔뜩 축소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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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어."

돌연 삼촌이 소리를 지르자 질러가 우뢰탄으로 덮인 꼬리를 마구 흔들며 팝콘에게 달려들었다.

"네가 내 뒤통수를 쳤지?"

삼촌의 덥수룩한 수염이 기다란 칼처럼 빛나 보였다.

팝콘은 레이저 충전을 하지 못했으니 질러에게 물려 질질 끌려갈 것이다.

재재는 순간적으로 날뛰는 질러를 막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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