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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문

봄요리 법

by 바람비행기 윤기경

비문 / 윤기경

오래된 문을 열다가

흠칫 멈췄다

옛사랑이 문 너머 있을 것 같았다

예전에 폐쇄된 영화관의 필름처럼

기억의 테이프를 열면,

분명 거기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쇠사슬로 묶인 영화관의 문

그를 흔들어 보았다

마치 그녀를 묶어버린 것처럼

문은 더욱 처량했다

정작 이 문을 연다면,

내 심장은 흠칫 멈출지도 모른다


봄이 오면 늘 그랬다

헤어진 지 삼십 년은 족히 넘었는데도

문 너머서

기다리는 그 사랑의 고운 얼굴이

오늘도 나를 야금야금

채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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