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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화. 창백한 여자의 그림자

귀신탐정 권두칠

by 바람비행기 윤기경

마장동 폐건물 2층.
권두칠은 핏자국이 묻은 작업복을 들여다봤다. 피는 굳은 지 오래였지만, 옷 속에서는 익숙한 냄새가 났다. 도축장의 피와는 다른, 인간의 피 냄새.

“이건 죽은 자의 냄새가 아니야. … 아직, 살아 있는 피군.”

작업복 안에서 떨어진 금속 조각 하나.
수갑의 끊어진 고리였다. 그리고 낡은 명찰.

「백진태. 도축부. 2015」

권두칠의 얼굴에 미세한 굳은 기색이 스쳤다.

“백진태… 10년 전에 사고로 죽은 놈이잖아.”경찰 기록에도 그렇게 쓰여 있었다.

도축장 내에서 기계 사고로 즉사. 사체는 훼손되어 얼굴 식별이 어려웠고, DNA 대조로 처리됐다.
하지만 권두칠은 그 사건에 의문을 품었던 몇 안 되는 인물 중 하나였다.

그 순간, 계단 아래에서 미세한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탁… 탁… 탁…”
물기가 가득한 바닥을 누군가 맨발로 걷고 있었다.

두칠은 발소리를 따라 아래층으로 천천히 내려갔다.
폐건물 1층엔 아무도 없어 보였지만, 쓰레기 더미 사이에서 뭔가 반짝였다.

낡은 휴대폰.
화면은 깨졌지만, 전원은 살아 있었다.
그는 조심스레 기기를 켰다. 화면에 저장된 최근 영상 하나.

영상 속, 흐릿한 CCTV 같은 화질.
작업복 차림의 남자 하나가 무언가에 쫓기듯 허겁지겁 골목을 달리고 있었다.
그의 뒷모습.
그리고 그를 추격하는 흰 소복 차림의 여자.
얼굴은 안 보였지만, 손에 들린 녹슨 식칼만은 확실히 보였다.

“여자가… 죽였나? 아니지. 영혼은 육체를 따라잡지 못하지.”


그 순간, 창문 밖에서 누군가 고개를 툭 들이밀었다.

“그건… 내가 아니었어요.”

깜짝 놀라 돌아보니, 창문 너머로 한 여자의 얼굴이 떠 있었다.
창백한 얼굴, 텅 빈 눈동자, 말라붙은 피가 입가에 번져 있었다.
권두칠은 담담하게 말했다.

“너도… 그때 그 건에서 죽었지. 백진태와 무슨 관계였던 거냐?”

여자는 서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말없이 왼손을 가슴께로 가져갔다.
그녀의 가슴팍엔 찢어진 청첩장 조각이 박혀 있었다.
글자가 비틀려 있었지만, 마지막 줄은 선명했다.


「백진태 ♥ 송하윤」

“… 약혼자였군.”

그녀는 아무 말 없이 창문을 지나 사라졌다.
그러나 그 순간, 문틈 아래로 미세한 바람이 들이쳤고, 복도 벽면에 붙은 도축장 평면도 한 장이 툭 떨어졌다.

두칠은 그것을 주워 들었다.
표시되어 있는 방 중 하나에 동그라미와 빨간 X가 겹쳐 있었다.
그리고 글자 하나.

「폐냉장고실」

“거기서… 다시 시작된 거군.”

[다음 화 예고]
도축장 안에 숨겨진 폐실.
백진태는 정말 죽었는가?
사건은 귀신과 인간의 경계를 넘어서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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