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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화. 폐냉장고의 울음

귀신탐정 권두칠

by 바람비행기 윤기경

마장동 도축장, 남서쪽 벽 뒤.
붉은 페인트로 “위험”이라 적힌 철문은 녹이 슬어 있었다.

권두칠은 잠긴 자물쇠를 보며 중얼거렸다.

“이 문을 이렇게까지 숨겨놨다는 건… 뭔가 들어 있단 얘기지.”

그는 손가락으로 자물쇠를 톡톡 두드렸다.
그 순간, 문 안쪽에서 딸깍…
누군가 안에서 문을 열어줬다.

철컥.

문이 삐걱이며 열렸다.
어둠. 냉기. 그리고 눈동자 없는 얼굴.

“진태…?”

백진태였다.
하지만 그는 사람이 아니었다. 얼굴은 피로 얼룩졌고, 양손은 여전히 수갑에 묶여 있었다.
무엇보다도 눈이 없었다. 눈구멍 속은 검은 구멍처럼 뚫려 있었고, 그 안에서 검은 액체가 흘러내렸다.

“……왜 왔어…… 여기…… 오면 안 돼…”

그가 말하는 순간, 권두칠은 이상한 것을 느꼈다.
냉장고실 벽마다 자세히 그려진 피의 문양.
무언가를 감췄거나 가두기 위한 주술 도형이었다.… 누가 여기 가뒀지?”

그 순간, 철문이 쾅하고 닫혔다.
두칠은 반사적으로 등을 벽에 붙이며 경계를 폈다.
천장 틈 사이로 서서히 어둠이 밀려들었다.

“혼자 왔겠지, 그 노인네.”

목소리.
문 너머에서 들려온 건 다름 아닌, 권두칠이 잘 아는 목소리였다.

전직 경찰, 박형섭.
이 사건과 함께 묻힌 줄 알았던 이름이었다.

“오랜만이야, 두칠이 형.”

그가 문을 밀고 들어왔다.
정장을 입고 있었지만, 눈빛은 차가웠고, 손에는 전기충격기를 들고 있었다.

“죽은 줄 알았겠지. 하지만 난 살아 있었어. 살아 있으니까… 정리해야지.
그놈도. 너도. 다 입 다물게.”

그 순간, 진태가 입을 열었다.

“… 형섭이 형이… 나를… 죽였어…”

박형섭은 이를 악물었다.

“닥쳐! 넌 이미 죽었어! 내가 만든 귀신 주제에…!”


그가 전기충격기를 켜며 권두칠에게 다가왔다.
하지만 두칠은 갑자기 바닥에 떨어진 도축용 칼을 걷어찼고, 그 칼이 공중을 날아 박형섭의 팔을 스쳤다.

“크윽!!”

두칠은 호흡을 가다듬으며 말했다.

“귀신은 죽은 자만 있는 게 아니야. 살아 있어도… 마음이 죽은 놈들이 귀신이지.”

그 순간, 진태의 몸에서 검은 안개가 피어올랐다.
그리고 천장의 피 문양들이 서서히 빛나기 시작했다.
냉장고실 전체가 주술의 진원지였던 것이다.

“형… 도와줘… 여길… 없애줘…”

진태는 울듯 중얼거렸고, 검은 안개는 박형섭을 향해 뻗어나갔다.

박형섭은 괴성을 지르며 문으로 도망치려 했다.
하지만 문은 잠겨 있었고, 안개는 그의 눈과 입을 덮었다.

“그만해, 진태야. 그만. 넌 이미… 용서받았어.”

그 한마디에 진태는 안개를 멈췄다.
그리고 눈구멍 속에서 흘러내리던 검은 피가 멈추었다.

잠시 후.
권두칠은 문을 열고 박형섭을 끌고 나왔다.
기절한 그를 땅에 눕히고는, 하늘을 바라봤다.

귀신은 사라지고 없었지만,
어디선가 종이 찢어지는 소리와 함께 찢긴 청첩장의 마지막 조각이 바람에 흩날리고 있었다.

“백진태 ♥ 송하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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