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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화. 냉장고 안의 두 번째 시체

귀신탐정 권두칠

by 바람비행기 윤기경

다음 날 새벽, 마장동 도축장은 경찰 통제선으로 봉쇄됐다.
박형섭은 정신착란 상태로 후송됐고, 권두칠은 묵묵히 현장을 떠났다.

하지만… 무언가 찝찝했다.

“귀신이 사라졌는데, 왜 가슴이 식질 않지…”

그는 자신도 모르게 손을 만지작였다.
어젯밤, 진태가 사라지며 남긴 피 묻은 청첩장 조각.
조각은 보드랍고 축축했지만, 이상하게 냄새가 없었다.

그날 오후.
권두칠은 근처 폐업한 정육점의 우편함을 확인하던 중,
흐릿하게 적힌 봉투 하나를 발견했다.

보낸 사람: 송하윤

그는 움찔했다.
“송하윤은 죽었는데…?”

봉투 안에는 사진이 들어 있었다.
흑백. 오래된 사진.

냉장고 안에 서 있는 두 구의 시체.
하나는 백진태.
그리고 다른 하나는… 권두칠 자신이었다.

“……이건 뭐야.”

사진 뒤편엔 단 한 줄만 적혀 있었다.

“너는 7년 전부터 죽어 있었다.”

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머리가 아찔했다.
심장이 뛴다기보다, 의식이 뛰는 것 같았다.

그때.
책상 위 탁자에 놓아둔 라디오가 갑자기 켜졌다.
쉬고… 쉬고…


“… 죽은 자가 깨어난 날, 진실은 무덤에서 기어오른다…”

부서진 듯한 여자 목소리.
라디오는 전원을 뽑아도 꺼지지 않았다.
그는 주저 없이 망치로 라디오를 내리쳤다.

쿵!

정적.

그러나 벽 너머에서 또다시 소리가 났다.

“쿵…… 쿵…… 쿵……”

벽 안.
무언가가 안에서 벽을 두드리고 있었다.

권두칠은 손전등을 들고 벽면을 두드렸다.
아주 오래전 개조된 벽.
손끝에 살짝 이질적인 금속성 울림.

그는 작은 송곳을 꺼내 벽지를 뜯었다.
곧, 철문이 하나 드러났다.
문에는 암호처럼 희미하게 숫자가 적혀 있었다.

2912

그 순간, 귀가 윙 하고 울렸다.
그리고 누군가 귓속말을 속삭였다.

“…그 안에… 네가 있어…”

권두칠은 문고리를 붙잡았다.
손이 떨렸다.
문을 여는 순간, 모든 게 뒤바뀔지도 모른다는 예감.

그러나 그는 문을 열었다.

서늘한 냉기.
썩은 피냄새.
그리고… 사람 눈알 하나가 뚝, 발밑으로 떨어졌다.

그는 고개를 들어 안을 들여다봤다.

두 구의 시체가, 여전히 거기 있었다.
하나는 백진태.
그리고 다른 하나는… 권두칠.

“그렇다면… 나는 누구지?”

그 순간, 그의 뒤에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럼 이제… 당신 차례예요.”


뒤를 돌아보려는 순간,
전등이 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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