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탐정 권두칠
권두칠은 냉장고 안, 자신과 꼭 닮은 시신 앞에서 얼어붙었다.
눈은 비어 있었고, 입은 반쯤 벌어진 채 말 없는 비명을 머금고 있었다.
피묻은 손등, 엉켜 있는 희끗한 머리카락, 헤진 코트의 단추까지 똑같았다.
“나… 내가 죽었다고?”
하지만 그는 숨 쉬고 있었다.
심장이 뛰고 있었고, 손에 든 손전등은 여전히 빛을 뿜고 있었다.
그때,
등 뒤에서 갑자기 누군가 속삭였다.
“당신은, 그때 거기 없었어요.
그러니… 아직도 당신이 '당신'이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그는 돌아보았다.
빈 복도.
하지만 구석에서 희미하게 윤곽이 잡혔다.
송하윤.
그녀는 살아 있는 듯 서 있었다.
하얀 소복, 창백한 얼굴.
손엔 찢긴 혼인서약서 한 장.“
그 날… 백진태는 죽지 않았어요.
오히려 당신이… 대신 죽은 거죠.”
“말도 안 돼… 나는 그 사건 이후에도 수사를…”
“그래요. 귀신처럼 말이죠.”
두칠의 머리가 깨질 듯 아파왔다.
눈앞이 어지럽고, 숨이 가빴다.
그의 손전등 불빛이 갑자기 깜빡이더니,
그가 서 있는 냉장고 안쪽 벽이 거울처럼 변했다.
그 안엔 권두칠이 서 있었다.
하지만 거울 속 두칠의 눈은 없었다.
“그날, 형섭이 진태를 죽이려다 잘못 찔렀어요.
당신이 대신 맞았죠.
그 순간부터, 당신은… ‘귀신이 보는 세상’에 들어온 거예요.”
그녀는 슬프게 웃었다.
“그래도 아직 끝난 건 아니에요.
한 번만 더… 진실을 마주한다면,
당신은 '죽음'에서 나올 수도 있어요.”
두칠은 손전등을 들고 다시 밖으로 나섰다.
그의 눈에 주변이 이제는 이중으로 보였다.
하나는 익숙한 현실.
그리고 그 위에 겹쳐진, 죽은 자들의 잔상.
그는 문득 깨달았다.
“내가 보고 있던 건 현실이 아니라… 기억이었구나.”
그 순간,
도축장 외곽 철망 너머에서 아이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우… 우아아아아앙… 그 아저씨… 무서워…”
울고 있는 아이 옆에,
자신의 옛 모습이 서 있었다.
30년 전, 그가 강력계 형사였을 때의 모습.
핏빛 칼을 들고 있었다.
“진짜 귀신은…
내가 잊은 나 자신이었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