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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화. 기억 속으로 사라진 아이

귀신탐정 권두칠

by 바람비행기 윤기경

권두칠은 거울 앞에서 한참을 서 있었다.
거울 속의 자신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오직 현실의 그만이, 어둠 속에서 호흡하고 있었다.

“진실을 보려면… 기억을 따라가야 해.”

며칠 뒤,
두칠은 수첩 한 권을 펴고 **‘2007년 실종 사건’**을 꺼냈다.
사건명: 마장동 백화점 앞 소녀 실종 건
이름: 신유나(당시 7세)
마지막 목격 장소: 폐상가 앞 CCTV
사건은 미궁에 빠졌고, 부모는 정신병원에 입원했다.

두칠은 그 사건을 직접 맡았었다.
하지만… 그 기억이 너무 희미했다. 마치 누군가 일부러 지워버린 듯.

그날 밤,
두칠은 폐백화점으로 향했다.

전기는 끊겼고, 곳곳엔 쓰레기와 낙서들이 가득했다.
2층 여자화장실 벽에는 낡은 분홍색 머리끈 하나가 걸려 있었다.
그리고 벽에 새겨진 글자들.

“도와줘요.”
“난 여기 있어요.”
“아빠, 보고 싶어요.”

그는 등골이 서늘해지는 걸 느꼈다.

“유나… 네가 아직…”

그 순간,
여자화장실 안쪽 칸에서 “똑… 똑… 똑…”
무언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두칠은 문을 조심스레 열었다.
안엔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천장 틈에서 머리카락 한 가닥이 천천히 떨어졌다.

그는 고개를 들었다.

눈동자가 없는 작은 소녀가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울고 있었다.
소리 없는 눈물, 비어 있는 눈구멍에서 흘러내리는 검은 액체.

“… 왜… 나를 찾지 않았어요…”

두칠은 무릎을 꿇었다.

“내가… 널 잊었구나.
아니, 누군가 내 기억을 지웠던 거야.”

그 순간, 소녀의 뒤에서 또 다른 그림자가 움직였다.
어른 남자.
그리고 그 그림자가 소녀를 벽 너머로 끌어당겼다.

“안 돼!”

두칠은 달려들었지만, 벽은 이미 닫혀버렸다.
그리고 벽에 남은 단 하나의 메시지.

“다음은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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