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탐정 권두칠
“다음은 너야.”
화장실 벽에 남겨진 문구를 바라보며, 권두칠은 다시 그 이름을 떠올렸다.
장명호.
2007년 실종사건 당시의 담당 수사관.
사건이 미궁에 빠진 후, 돌연 사직서를 내고 자취를 감췄다.
“기억 속에서 빠진 조각이 또 있었군…”
그는 경찰청 기록보관소를 찾아갔다.
7층, 오래된 열람실 한편에서 꺼낸 먼지 낀 서류 더미.
그 안엔 장명호 형사의 자필 수사노트가 끼워져 있었다.
마지막 기록.
「유나가 마지막으로 사라진 날, 백화점 지하 창고에서 누군가를 봤다.
… 형사가 아니었어. 사람도 아니었어.
얼굴이… 없었다.
미소만, 웃고 있었다.」
그리고 하단에 낙서처럼 흐린 글씨.
「그 남자는, 내 안에 있다」
권두칠은 노트를 덮고 천천히 일어났다.
그 순간, 전등이 깜빡였다.
창밖 거울처럼 반사된 유리에서 누군가가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림자였다.
코트 차림의 남자.
하지만 얼굴이 없었다.
눈도, 입도 없이, 머리만 기울이고 있었다.
그날 밤, 두칠은 장명호의 옛집을 찾았다.
폐가가 된 그곳은 여전히 경찰 리본이 감겨 있었다.
현관문은 반쯤 열려 있었고, 안은 먼지와 정적뿐.
책상 위엔 사진이 한 장 놓여 있었다.
권두칠과 장명호가 함께 찍은 사진.
그리고 그 사진 뒤에 적힌 문장.
「그날 당신이 안 와서, 내가 갔잖아.」
그 순간, 벽에 걸려 있던 거울이 흔들렸다.
거울 안.
두칠이 아닌 장명호가 서 있었다.
“권두칠… 그날, 당신이 날 대신 보냈잖아.”
두칠은 뒤돌아 외쳤다.
“명호야… 미안하다.
나도, 날 지우고 싶었던 거야.”
장명호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가,
천천히 오른손을 들어 책상 밑을 가리켰다.
두칠은 조심스럽게 책상 밑을 살폈다.
그리고 철제 덮개 하나를 발견했다.
덮개를 열자, 오래된 좁은 통로가 나타났다.
그 안엔 누군가 적은 듯한 벽글씨가 가득했다.
“여기에 있다.”
“기억은 벽에 갇힌다.”
“소녀가 울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 문장.
「넌… 아직 전부를 못 봤어.」
두칠은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그리고 통로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조용했다.
너무 조용해서, 자기 심장 소리마저 낯설게 들렸다.
그리고 마지막 구간.
벽에 걸린 한 장의 폴라로이드 사진.
어린 소녀와, 장명호, 그리고… 웃고 있는 권두칠.
하지만 그 사진 속 두칠의 얼굴은… 눈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