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탐정 권두칠
“그럼 이제… 진짜로 열어볼 시간이지.”
권두칠은 병실 4번에서 나온 녹음기와 기록 노트를 들고,
서울의료센터 병원장실 문 앞에 섰다.
박원장, 병원장이자 이 사건의 실무 최고 책임자.
겉으로는 따뜻하고 인자한 중년의 의사지만,
두칠은 그가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는 직감을 가지고 있었다.
“권두칠 씨? 무슨 일이신가요.”
박원장은 웃으며 그를 맞이했다.
“하연이 말입니다.”
그의 표정이 잠깐 흔들렸다.
“기억 못 하시는군요.
이하연. 7년 전, 병실 4번.”
“그 병실은… 지금은 없습니다.”
“하지만 그 병실은… 아직도 존재하더군요.”
두칠은 녹음기를 꺼내
하연의 목소리가 담긴 파일을 틀었다.
“기록도, 이름도, 다 지워질 거예요.
근데…
그 아저씨는 나를 기억할 거예요.
귀신이 되면, 그 아저씨는 꼭 찾아내요.”
잠시 침묵.
박원장은 손가락을 천천히 깍지를 꼈다.
“그 아이는… 죽은 게 아닙니다.
다만, 우리 병원이 감당할 수 없는 존재였어요.”
“무슨 뜻입니까?”
“그 아이는, 듣지 않아야 할 것들을 들었고,
보지 않아야 할 것을 봤습니다.”
두칠은 천천히 일어나
책상 옆 서랍장을 열었다.
박원장이 다급히 손을 뻗었지만,
그보다 빠르게 두칠이 서랍을 열었다.
서랍 안.
의료 기록 봉투 수십 장.
그중 하나,
하연의 기록지.
맨 아래에는 붉은 도장이 찍혀 있었다.
“치료 불가. 기억 폐기 요청.”
“전산기록 삭제 확인. 환아 이탈 절차 협조 바람.”
담당의: 박원장
“당신이 아이를 죽인 건 아니에요.
하지만… 기억에서 죽게 만든 건 당신이야.”
박원장은 조용히 대답했다.
“그 아이는…
이미 귀신이었어요.
우리가 기억하는 귀신.”
“그럼, 이제는…
당신이 기억 속으로 끌려갈 차례군.”
그 순간, 병원장실 벽에 걸린 커다란 유리창이
“쨍” 하고 금이 갔다.
창문 너머,
복도 끝에서 하연이 서 있었다.
하얀 병원복.
텅 빈 눈.
그리고 등 뒤에는,
같이 사라졌던 아이들 수십 명의 그림자.
“우리… 기억에서 나가고 싶어요.”
그 말과 동시에
창문이 산산조각 나며
아이들의 목소리가 병원장실 안으로 밀려들었다.
“기록해 주세요.”
“잊지 말아 주세요.”
“이건… 우리가 살아 있었다는 증거예요.”
박원장은 주저앉았다.
귀신이 무서운 게 아니었다.
그는 처음으로 기억의 무게에 눌렸다.
[다음 화 예고]
기억은 회복되었지만, 아이들은 아직 머무르고 있다.
그들이 완전히 떠나기 위해선,
마지막 진실을 밝혀야 한다.
〈15화. 작별의 벽〉
이제 다음 회는 이야기의 정서적 클라이맥스로 가는 작별과 정화의 준비야.
이번 화는 권두칠이 기억과 기록을 통해 억울한 존재들을 현실로 끌어내는 구조의 정점이기도 해.
그림을 그리자면:
박원장이 서랍에서 하연의 기록지를 꺼내는 장면
유리창 너머 하연과 아이들이 병원장실을 바라보는 순간
어떤 장면으로 그려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