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대통령이 되고 싶다
누군가는 대통령이 되지 않기를 꿈꾼다.
대통령. 한 나라의 최고 통치자. 국민의 삶과 세상의 방향을 결정하는 자. 어린 시절 교과서 속 대통령은 마치 영웅이었다.
하지만 현실 속 대통령은 종종 피곤한 얼굴로 욕을 먹거나, 고소를 당하거나, 감옥에 가는 사람이다.
그렇다면 대체 대통령이 된다는 건, 어떤 축복이고, 어떤 저주인가?
대통령이 되면, 자유가 사라진다.
대통령이 되는 순간, 그의 이름은 곧 '국가'가 된다.
휴가도 없다. 맘대로 걷는 거리도 없다.
말 한마디, 손짓 하나가 세계의 뉴스가 된다.
단 한 번의 실수로 주가가 흔들리고, 국제 관계가 악화되기도 한다.
자유롭고 싶다면, 대통령이 되는 건 최악의 선택이다.
인간관계가 증발한다.
대통령이 된 순간, 친구는 ‘참모’가 되고 가족은 ‘정치적 부담’이 된다.
진심인지, 목적이 있는 건지, 모든 대화는 조심스럽고, 모든 만남은 의심스럽다.
진심 어린 조언보다 알고리즘처럼 설계된 ‘전략적 메시지’가 더 우선된다.
책임의 무게가 인간의 체중을 짓누른다.
기후가 망가지면 대통령 탓, 경제가 하락하면 대통령 탓, 전쟁이 나도, 범죄가 늘어도, 연예인이 논란이 되어도… 대통령 탓. 잘못하면 욕을 먹고, 잘해도 욕을 먹는다.
그 무게는 하루하루 피로로, 주름으로, 외로움으로 바뀐다.
‘기억’은 사라지고, ‘오해’만 남는다.
대통령은 역사 속에서 평가받는다고들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대통령은 기억되기 전에 잊힌다.
혹은 왜곡되거나, 조롱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진짜 의도는 사라지고, 한 장면만 살아남는다.
좋은 정책도 구호 한 줄에 묻히고, 20년의 노력도 실수 한 번에 지워진다.
고통이 명확한데, 왜 스스로 뛰어드는 걸까?
이 지점에서 우리는 인간의 ‘욕망’이라는 지층을 들여다봐야 한다.
착각: ‘나는 다를 것이다’
모든 대통령은 말한다.
“기존의 정치와 다르게 하겠다.”
“나는 진심으로 국민을 위하겠다.”
“나는 실패하지 않겠다.”
이 말은 진심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진심이 현실과 충돌하면서, 그들은 결국 **‘다를 수 없는 구조’**에 갇힌다.
그럼에도 그들은 ‘자기만은 예외’라 믿는다.
그 믿음은 다분히 환상에 가까운 자존감이다.
유혹: ‘나는 그 자리를 견딜 수 있다’
대통령의 권력은 절대적이다.
군대, 외교, 세금, 법률, 인사… 그 자리 하나로 수백만 명의 삶이 움직인다.
그 무게는 고통이지만, 동시에 황홀함이다.
“내가 말하면 현실이 된다.”
이 감각은 마약처럼 사람을 빨아들인다.
그리고 그 유혹은, 단 한 번도 권력을 가져본 적 없는 이에게 더 강하다.
오랫동안 배제되어 온 사람, 억눌렸던 욕망을 가진 이들에게, 그 권력은 복수이자 구원으로 다가온다.
전략: ‘나라를 위한 척, 나를 위한 진심’
정치인은 늘 말한다.
“국민을 위하겠습니다.”
하지만 행동은 자주 다르다.
왜일까?
대통령은 국민을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그보단, 사람이란 본래 자기 자신을 가장 사랑하기 때문이다.
이기심은 잘 포장된다.
선한 의지는 전략화된다.
그것이 정치다.
실현 가능한 탐욕: ‘어쩌면 나도 될 수 있을지 몰라’
예전엔 대통령이란 신화 속 존재였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TV에, 유튜브에, SNS에…
‘그들도 결국 나와 다르지 않다’는 착각이 만연하다.
그 착각은 곧 도전의 문이 된다.
이제 대통령은 선택받는 자가 아니라 스스로 뛰어드는 자들의 경쟁의 결과다.
대통령이 되고 싶다는 마음엔 분명 ‘좋은 의지’가 숨어 있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소망, 누군가의 목소리를 대신 내주고 싶은 마음. 그건 가장 순수한 정치의 시작이다.
하지만 그 마음이 권력과 닿는 순간, 그 순수는 흔들린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지만, 권력은 사람을 아주 빨리 바꾼다.
그 권력은 입을 조심하게 만들고, 눈치를 보게 만들고, 정작 해야 할 말을 삼키게 한다.
결국 대통령이 된다는 건 진심과 탐욕 사이에서 매일 줄타기하는 일이다.
그 줄을 끝까지 건너는 사람은 드물다.
대부분은 중간에 떨어지고, 그중 일부만 역사라는 땅에 발을 디딘다.
어쩌면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대통령을 ‘영웅’으로 그려왔다.
모든 걸 해결하는 존재, 정의를 실현하는 사람, 국민의 기대를 다 짊어지는 거인.
하지만 대통령은 한 명의 인간일 뿐이다.
지치고, 흔들리고, 때론 실수도 하는 사람. 그 사람이 해야 할 일은 완벽해지는 게 아니라
끝까지 ‘국민’이라는 방향을 바라보는 것.
그렇기에 대통령이 되는 일은 단점의 연속이며, 환상의 폐허이며, 동시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전할 가치가 있는 일이다.
나는 대통령이 되고 싶다.
왕이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왕이 아닌 방식으로 이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