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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화. 교무실 안의 그림자

귀신탐정 권두칠

이현의 이름이 적힌 도시락통을 발견한 후, 권두칠은 폐교 1층 교무실 문 앞에 섰다.

문은 잠겨 있었지만, 문틈 아래로 누런 분필 가루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 학교에선 아직… 수업이 끝나지 않은 모양이군.”

그는 열쇠를 따고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교무실은 정적에 잠겨 있었다.
책상은 오래전 그대로 놓여 있었고, 모든 의자는 바르게 정돈돼 있었다.

하지만 교탁 위에 있는 출석부는 누군가 방금 전까지 보고 있던 것처럼 펼쳐져 있었다.

두칠은 출석부에 손을 얹었다.
손가락이 멈춘 칸에는 이름이 적혀 있지 않았고, 대신 이렇게 적혀 있었다.

선생님이 나를 불렀어요.
"다시 수업하라고.”

그때, 창문이 ‘딱’ 소리를 내며 저절로 닫혔다.
형광등이 깜빡이고, 교무실 구석 어딘가에서 “쓱… 쓱…” 분필로 칠판을 긋는 소리.

두칠은 그 소리를 따라 교무실 뒷문으로 이어진 폐문된 부교무실로 향했다.

문틈 사이로 빛 한 줄기와 함께 손이 보였다.

하얗고 마른 손. 분필을 쥐고 있었다.

두칠이 문을 여는 순간, 그 손은 사라졌고, 교무실 칠판엔 새로 쓴 글이 남겨져 있었다.

"정이현, 지각. 벌칙 수업.”
“그날, 숙제 안 한 아이는 교실에 남아야 해요.”

그 순간, 두칠의 머릿속에서 오래된 사건 하나가 되살아났다.

초등학교 교사 실종 사건. 수업 중 아이가 창고에서 울다가 발견됐고, 교사는 영영 돌아오지 않았다.

그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너도… 귀신이 된 거냐.”

그때, 부교 무실 뒤편 책장에서 책 한 권이 떨어졌다.

그 안엔 노트 하나. 그리고 표지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담임 일지 – 정이현 담당”


권두칠은 부교무실에서 나온 담임 일지 앞에 앉아 있었다.
한 장 한 장 넘기며, 그는 멈췄다.

� 4월 12일
“정이현, 숙제 미제출.
벌칙: 수업 후 창고 청소 지시.
지도: 직접 감독 예정.”

페이지 아래엔 검은 펜으로 누군가가 적어놓은 글.

“청소는 끝났는데, 선생님은 나가지 말라고 했다.”
“그래서… 남아 있었어요.”

“이현이가 마지막으로 본 얼굴이… 나라고 했지.”

두칠은 조용히 떠올렸다.
그날 그는 학교에 강연을 하러 왔었다.
퇴근하던 복도에서, 창고 앞에 서 있던 여자 교사를 스치듯 지나쳤다.

하지만 그날, 그 교사는 출근 기록엔 남았지만 퇴근 기록은 없었다.
이현도, 그날 이후 사라졌다.

그는 다시 폐교 1층 창고로 향했다.
이현이 마지막으로 있었던 장소.

문은 열려 있었고, 안은 여전히 깜깜했다.

그러나 벽 한가운데에, 작은 종이 하나가 핀으로 꽂혀 있었다.

학부모 상담 요청서 작성자: 정이현


내용:

“다음엔 꼭 숙제를 해올게요.
무서운 선생님한테 혼나지 않게…
제발,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세요.”


그 순간,
창고 안 형광등이 툭 켜졌다.
그리고 뒤쪽 서랍장 문이 끼익 열렸다.

그 안에는 분홍색 필통 하나와, 이현의 이름이 적힌 붉은 리본이 있었다.

바닥엔 작은 손글씨.

“벌칙은 너무 오래였어요…”

“나는 그날… 선생님을 믿었어요.”

권두칠은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입술을 떨며 말했다.

“… 이건, 실종이 아니라…
교사의 가둠이었다.”

그 순간, 등 뒤에서 칠판 긁는 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그리고 칠판엔 한 줄.

“수업은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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