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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회. 대통령이 환경미화원?

나도 대통령이 되고 싶다

by 바람비행기 윤기경

우리는 대통령과 환경미화원을 전혀 다른 사람이라 생각한다.
한 사람은 권력의 정점,
다른 사람은 도시의 바닥.
누군가는 TV에 나오는 사람이고, 누군가는 그 TV를 새벽에 끄고 나가는 사람이다.

하지만 둘은 본질적으로 같은 일을 한다.
둘 다 청소부다.


환경미화원은 눈에 보이는 쓰레기를 치운다

그는 아침 5시에 나온다.
사람들이 잠든 새벽, 그가 없었다면 거리는 커피컵, 담배꽁초, 쏟아진 음식물 쓰레기로 가득할 것이다.
그는 ‘도시의 어제’를 지우는 사람이다.
우리가 잊고 싶어 하는 흔적, 지우고 싶은 실수, 감추고 싶은 흔적들을 그는 묵묵히 덮고 없앤다.

그의 손은 시끄럽지 않다. 그의 도구는 말 대신 빗자루와 집게다.
그는 ‘지금’을 깨끗하게 만든다.


대통령은 눈에 보이지 않는 쓰레기를 치운다

그도 사실은 청소를 한다.
단지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치운다.
법과 제도의 틈새에 쌓인 먼지, 부조리라는 이름의 곰팡이, 분노와 분열, 불평등이라는 악취. 그는 그것들을 보며 고민하고, 지워야 할 선을 그으며, 때로는 정치적인 빗자루를 쥔다.

잘 보이지 않을 뿐, 그의 일도 분명 청소다.
도시가 아니라 국가의 공기를 맑게 만들려는 시도다.


둘 다 남이 버린 것을 치우는 사람이다

환경미화원은 남이 버린 쓰레기를 치우고, 대통령은 이전 정권이 남긴 문제를 치운다.
전자는 거리에 남은 흔적을 걷고, 후자는 정책에 남은 파편을 걷는다.

둘 다 자신이 저지른 일이 아니라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그 누구도 “이건 내가 버린 게 아니에요”라며 항의할 수 없다.

누군가는 그걸 치워야 하니까. 그리고 그 누군가는 보통 말이 적고, 얼굴이 지쳐 있고, 아침이 빠른 사람이다.


잘못하면 둘 다 악취가 난다

환경미화원이 하루만 일을 쉬면 도시는 금세 냄새나고, 파리가 돌고, 사람들은 불쾌해한다.
대통령이 자기 일을 게을리하면 사회엔 증오가 퍼지고, 허위가 들끓고, 언론이 냄새를 퍼뜨린다.

결국 둘 다 공기를 관리한다.
하나는 코로 들어오는 냄새, 하나는 사람 사이에 스며드는 분위기. 청소를 하지 않으면 사람들은 말한다.

“요즘 너무 더럽지 않아?”
그 말은 대통령에게도, 환경미화원에게도 똑같이 향한다.


정리하자면, 대통령은 정책을 쓸고 환경미화원은 거리를 쓴다.

한 사람은 ‘시정’(施政)을 하고 다른 한 사람은 ‘시정’(市政)을 만든다.

한 사람은 정권의 흔적을 지우고 다른 한 사람은 인간의 흔적을 지운다.

한 사람은 보이지 않는 분열을 모으고 다른 한 사람은 보이는 쓰레기를 모은다.

그러니 결국, 둘 다 청소부다.

한쪽이 없으면 나라가 냄새나고, 다른 쪽이 없으면 거리가 썩는다.


우리가 존경해야 할 사람은 높은 자리에 앉은 사람이 아니라, 더러움을 기꺼이 감당하는 사람이다.

대통령도, 환경미화원도 그 점에서 완벽히 닮아 있다.

그러므로 대통령이 될 수 있는 최대한의 자격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청소부 또는 환경미화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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