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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화. 숨은 아이의 이름

귀신탐정 권두칠

그날은 이상하게 비가 내리지 않았다.
하지만 권두칠은 검은 우산을 들고 있었다.

서울 변두리의 어느 재건축 예정지.
철거가 멈춘 허름한 초등학교 건물 앞에서
그는 한참을 서 있었다.

“여기서… 또 목소리가 들렸지.”

며칠 전.
그의 작업실 우편함에 흰 봉투 하나가 도착했다.

‘권두칠 탐정님께’
봉투 속에는 사진 한 장과 메모 한 줄.

� 사진: 폐교 운동장, 칠판 위의 낙서
✉ 메모:

“6명이 있었는데, 지금은 다섯 명만 돌아왔어요.”
“한 명이 아직… 그 교실에 있어요.”

그는 조용히 폐교 안으로 들어갔다.
모든 교실은 먼지로 뒤덮여 있었고,
칠판엔 아이들이 남긴 낙서가 엉망이었다.

하지만…
2학년 2반 교실만은 유독 깨끗했다.

바닥에 물기.
창문도 반쯤 열려 있었고,
바람도 없는데, 칠판 지우개가 툭 떨어졌다.

칠판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여기 있어요. 숨지 않았어요.
근데… 아무도 찾으러 오지 않아요.”

권두칠은 가방을 열고 작은 칠판 스펀지 하나를 꺼냈다.
천천히 칠판을 문질렀다.

지워진 글씨 아래,
희미한 글자가 다시 드러났다.

“권두칠 아저씨라면… 찾아올 줄 알았어요.”

그 순간, 교실 한가운데
물웅덩이 위에 작은 소녀의 발자국이 떠올랐다.

그 발자국은,
교탁 뒤 창고 문으로 향해 있었다.

“시즌2… 시작이군.”

그는 조용히 코트를 여미고,
우산을 접은 뒤 그 문을 열었다.


폐교 2학년 2반 교실.
권두칠은 조용히 창고 문을 열었다.

어둠,
먼지,
그리고 안쪽 벽에 붙은 낙서 하나.

“지우지 마세요. 이건 나예요.”

그는 천천히 손전등을 들어 비추었다.

창고 안엔 낡은 교복,
붉은색 물통,
그리고 노란 플라스틱 도시락통 하나.

도시락통 뚜껑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정이현. 2학년 2반.”

“정이현… 이게 네 이름이었구나.”

그 순간, 교실 바깥 복도에서
철컥, 창문 닫히는 소리.

그는 잽싸게 나가 복도를 확인했다.
텅 비어 있었다.
하지만 한 가지, 이상한 점.

바닥에 아이 발자국이 찍혀 있었고,
그 발끝이 ‘천장’을 향해 있었다.

“기어 올라갔단 말이야?”

그는 교실 천장을 살펴봤다.
먼지투성이였지만,
한 곳만 깨끗했다.

그리고, 천장 타일 한 조각에
이렇게 쓰여 있었다.

“위에 올라오면 안 돼요.”
“선생님이… 아직 있어요.”

그 순간,
복도 반대편에서 아이 노래소리가 들려왔다.

“하나, 둘, 셋 넷…
그림자와 숨바꼭질…”

권두칠은 멈춰 섰다.

“저건… 놀이가 아니야.
누군가를 피해 숨고 있었던 노래지.”

그는 조용히 목소리를 냈다.

“이현아…
난 선생님 아니야.
아저씨는 널 찾으러 왔어.”

그러자 어딘가에서
희미한 목소리가 속삭였다.

“…아저씨…
혹시… 기억나요?
그날… 내가 마지막으로 본 얼굴이…
당신이었어요.”

“…뭐라고?”

그는 말없이 멈췄다.

정이현은 실종된 아이가 아니었다.

그날, 병원에 실려가기 전
권두칠에게 실종 전 단서를 남긴
실제 사건 피해자 중 한 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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