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대통령이 되고 싶다
대통령이란 자리에는 어떤 능력이 요구될까?
정치적 판단력, 국민과의 소통 능력, 강한 리더십과 도덕성, 그리고 무엇보다 무한한 책임감.
하지만 막상 대통령이 되고 나면, 그에게 주어진 능력보다 더 두드러지는 건 그가 해서는 안 되는 수많은 것들이다.
대통령이 웃으면 욕을 먹고, 침묵해도 욕을 먹는다.
기침 한 번에 건강 이상설이 돌고, 치킨을 먹으면 사치 논란이 된다.
이쯤 되면 대통령은 나라를 다스리는 사람이라기보다,
매일 '무엇을 하지 않아야 하는가'를 고뇌하는 인물로 보이기까지 한다.
왜 대통령은 이렇게 ‘하면 안 되는 일’이 많은 존재가 되었을까?
대통령의 위치는 단순한 직업 이상의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그는 한 국가의 중심이자, 국민감정의 투영 대상이며, 동시에 ‘이상적 인간’에 대한 집단적 환상의 총합이다.
현대 사회에서 대통령은 단순히 정책을 시행하는 행정 수반이 아니다.
국민은 대통령에게 결코 실수하지 않는 판단력, 언제나 절제된 태도,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감정 표현, 사생활조차 투명한 윤리성을 요구한다.
이는 곧, 대통령이 ‘인간적이면 안 된다’는 사회적 암묵규칙으로 이어진다.
기침을 하면 건강을 걱정하면서도, 동시에 국가의 안정성을 의심하고, 웃음을 지으면 공감이 아니라 ‘무감각하다’는 비판을 받는다.
그는 일상조차 ‘정치화된 표정’으로 수행해야 하며, ‘침묵’조차 메시지가 된다.
결국 대통령은 인간이되 인간이 아니어야 하는, 제왕도 아니고, 기계도 아닌 애매한 정체성을 강요받는다.
대통령이 무엇을 하든, 그 행위는 늘 국가적 상징이 된다.
한 끼의 메뉴, 한마디 농담, 넥타이의 색깔까지도 모두 ‘정치적 맥락’으로 소비된다.
이 때문에 대통령의 행동은 본래의 의미보다
국민들이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에 따라 평가된다.
국민경제가 어려운 시기에는 미소조차 '배부른 표정'이 되고, 고개를 끄덕이는 자세 하나가 ‘기득권 옹호’로 해석될 수 있다.
결국 대통령이 무엇을 하든 ‘정답은 없다’.
그가 침묵해도 탈, 말해도 탈,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문제, 작은 행위 하나에도 정치적 과잉 해석이 따라붙는다.
대통령은 국가의 실질적인 운영자이기도 하지만, 국민의 욕망과 불안을 투사하는 스크린 역할도 한다.
정책이 바뀌지 않아도 대통령만 바뀌면 마음이 놓인다는 심리는 그 자체가 ‘대통령=희망의 재부팅 버튼’처럼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기대가 클수록 실망도 크다.
결국 그는 국민의 기대를 매일 ‘청소’하며 살아가는 존재가 된다.
대통령은 무엇을 하든, 무엇을 하지 않든, 이미 국민의 감정이라는 무대에 서 있는 배우다.
다만 그에게는 대본도 없고, 리허설도 없다.
대통령은 가장 높은 자리에 앉지만, 그 자리는 가장 자유롭지 못한 자리이기도 하다.
그는 나라를 움직이는 권한을 지녔지만, 그 권한은 오히려 ‘행동의 제약’이라는 아이러니한 사슬로 그를 조인다.
‘하면 안 되는 일’이 많다는 것은 곧, 국민의 신뢰가 얼마나 예민하고 섬세한가를 말해준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가 대통령을 얼마나 비현실적인 존재로 만들고 있는가에 대한 반성도 필요하다.
진정한 민주주의는 ‘완벽한 지도자’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불완전함을 버티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대통령에게 필요한 것은 신처럼 군림하는 힘이 아니라, 사람답게 흔들릴 수 있는 용기이며, 그 흔들림을 ‘함께 버텨줄 국민’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제 대통령이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할지’ 따지기보다,
그가 ‘무엇을 하지 않아도 괜찮은 사람’이 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