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대통령이 되고 싶다
처음엔 참 괜찮은 사람이었다.
밥 먹을 때 옆사람 그릇도 챙기던 사람이었고,
명절엔 고향도 다녀오고, “국민이 먼저입니다”라는 말을 진심으로 하던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이… 어느 날 대통령이 된다.
그리고 3개월쯤 지나면 눈썹 각도가 변하고, 말끝에 ‘국정철학상’ 같은 단어가 붙고, 누가 뭘 물어도 **“검토하겠습니다”**라고 대답한다.
그러다 어느 날, 국민은 묻는다.
“아니 저 사람, 언제부터 저렇게 됐지?”
아니다.
뇌는 그대로인데, ‘눈치 센서’가 과열된다.
자기 말 한마디가 뉴스 속보가 되고, 시장에서 지나가던 어르신이 “우리 대통령 양말 색이 왜 저래?” 하고 한마디 던지면 그날 회의에서 양말 보고서가 올라온다.
사람은 원래 자기 의도가 아니라, 남의 해석에 따라 자기를 바꾸기 시작하면 어색해진다.
대통령이 되면 그 어색함을 "권위"라는 단어로 덮게 된다.
이유는 간단하다.
자기 얼굴을 자꾸 보면 죄책감이 생기니까.
어제는 청년 정책 발표하면서 “미래가 희망입니다” 했는데, 그날 저녁엔 청년 실업률이 치솟았고, 오전엔 장병들 위문했는데, 오후엔 군 식단이 뉴스에 오르고, 밤엔 “정상외교 성과”라 했는데, 다음 날 신문은 “굴욕 외교”다.
거울을 볼 수가 없다.
스스로를 변명하지 않으면, 버틸 수 없는 자리. 그래서 많은 대통령은 “나는 나라다”라는 착각을 품기 시작한다. 그게 시작이다.
처음엔 안 그런 줄 알았다.
“임기 채우고 나면 조용히 살겠습니다.”
“정치 떠나겠습니다.”
“국민 품으로 돌아가겠습니다.”
그런데 말이다.
그 자리를 한 번 맛본 사람은, 그 ‘무게’를 잊을 수 없다.
그 무게는 의자 무게가 아니라, 자기 말 한마디로 온 나라가 움직이는 감각.
한 번 내린 사인으로 수천 명이 조직을 움직이고, 자기 말 한 문장에 외교장관이 발끈하고, 시장이 달라지고,
언론이 방향을 바꾼다.
그건 위험한 마법이다.
그리고 꽤 중독적이다.
처음엔 “이제 마무리다” 했는데, “아직 못한 게 많다”라고 말하게 되고, “이건 다음 정권에 맡기기 어렵다”라고 느끼고,
“나라가 나 없이 위험하다”라고 느낀다.
그리고 그 생각은 점점 커진다.
“내가 이 나라다.”
이렇게 생각하게 되면, 민주주의는 희미해지고, 리더는 점점 **‘영구직’**처럼 행동한다.
처음엔 ‘임시 반장’이었는데, 이젠 본인이 반장 선생님인 줄 아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권력에 취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취기가 “국가를 위한다”는 명분과 섞이면 냄새조차 좋게 느껴진다.
하지만 그건 착각이다.
냄새가 없는 권력은 없다.
그걸 모르면 중독이고, 알면서 계속하면 중범죄다.
해결은 아주 단순하면서도 어렵다.
하나, 대통령 주변엔 거울을 꼭 붙인다.
진짜 거울 말고, 자기 말에 피드백을 주는 ‘웃긴 참모’가 필요하다.
“대통령님, 그 말씀은 살짝 허세였습니다.”
“오늘 그 옷은 무리수였습니다.”
그 한마디에 권력은 숨을 고른다.
둘, 퇴임 후에 미리 동네 뒷산이라도 알아둬야 한다.
마음이 흔들릴 때 “이쯤 되면 다시 산책할 때다”라고 자기에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셋, 국민도 기억해야 한다.
권력이 오래 붙잡고 싶어 질수록 우리가 손뼉을 너무 쳐준 건 아닌지. 우리가 너무 박수만 보낸 건 아닌지.
권력의 거울은 때로 우리가 만들어주는 렌즈다.
사람은 자리에서 달라진다.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진짜 대통령은 자리를 바꾸는 사람이 아니라, 자리 앞에서 자신을 지키는 사람이다.
정권은 영원하지 않고, 국민은 잊지 않는다.
그래서 대통령은 자리를 오래 지키는 사람이 아니라, 제때 내려오는 법을 아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그 내려오는 순간, 가장 큰 박수를 보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