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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으로만 살 수 있겠어?

동키에게 근근이 매달린 거리 철학

by 바람비행기 윤기경

낭만이면 배 부른 시절도 있었다.

깡소주도 유행이었고, 무전여행으로 전국을 누비던 때도 있었다. 이제는 아닌 건 아니다.

가까이에도 낭만은 투성이다. 종로통으로 나갔다.

나의 방황

많은 사람이 낙엽처럼 뒹구는 거리는 구경거리로 안성맞춤이다. 눈만 가지고 나가면, 별의별 사람들이 빼곡하다.

허스름한 복장의 늙은이가 다가온다. 아무래도 구걸할 모양이었다. 없는 살림에 오백 원짜리 동전 하나를 내놓았다. 그는 오백 원어치 인사를 했다.


바이올린 켜는 거리의 악사가 보인다.

예전에 감명 깊게 보았던 지붕 위의 바이올린 OST였다. 내 영혼이 뱅글뱅글 춤을 추고 있다.

"역시 종로통의 멋은 음악이 있어야 하지."나는 낙엽처럼 그렇게 뒹굴어 갔다.

혼돈(그림 윤기경)

- 싸리문 너머 사라진 -


사각사각

가을을 판매하는 소리가 깊다

어린 날부터

내 주변에서 낙엽을 던지던

은행나무가 드디어 미쳤다

하늘하늘 팔을 길게 뻗치던 그의 수피가

까맣게 타들어 가면서

거리기 모 구역 재개발 지역으로 바빠졌다

그랬구나

우리보다 미래를 예견하는 혜안이

수려했던 가을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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