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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트 하는 학교

엉뚱한 아이가 신나게 사는 별 - 12

by 바람비행기 윤기경

딱 초등학교 2학년 뜸이었던 아이가 티브이에 등장하더군요.

“그때 노래가 뭐더라?”

아무튼 동요일리는 만무하고 아주 사랑에 빠진 연인의 마음을 절절히 노래로 표현하더군요.

정말 놀랐어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노래 잘하네’하고 어떤 가수인가 자세히 보니 처음 보는 여학생이었어요.

그런데 말이에요.

거기 심사를 보던 가수들이 이런 말을 하더군요.


“어떻게 어린 소녀가 이렇게 멋지게 사랑 노래를 할 수 있는 거죠?”

그 뒤로 이어진 찬사는 졸지에 아이를 유망가수로 만들더군요.

가끔 티브이 화면에서 목격되는 아이의 모양은 현격히 변화하고 있었어요.


점점 예뻐지더니 화장하는 것 같았어요. 옷도 국적이 애매했고요.

문제는 한눈에 보아도 초등학생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어요.

“제가 몇 살이야?”

“이제 아홉 살이라던데.”

“예뻐졌네.”

“옷도 점점 짧아지네.”

“저래도 되나?”

“뭐 다들 그러니까.”

그러고 보니, 어쩌면 우리는 앞으로 세 살짜리 가수를 보게 될지도 몰라요.

금방 엄마 품에서 벗어난 세 살짜리 여자아이가 무대에서 트로트를 하고 있었거든요.

그걸 듣고 있던 어른들의 표정은 놀랍지만, 찬사 일색이죠.

그런데 왜 나는?

그게 부담스러운 거죠?


오늘은 이제 중학생을 벗어난 유진이가 화장하고 짧은 치마를 입고 사랑 노래를 부르고 있네요.

“우리 어른들! 이거 괜찮은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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