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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애 씨, 잘 있었어?

추어글 요리하는 랩소디

"고향은 어딘가?"

그냥 쭉 서울에 살았다고 했다.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 보다는 지방색을 따지는 사람들이 그때는 꽤 있었기 때문이다.

"직장은 어디신가?"

여자친구에게 다 들으셨을 텐데 의례 하는 질문이리라 생각했다.

그랬더니, 옆에 앉아있던 여자친구가 답하고 있었다.

척척 잘도 대답한다고 생각했다.

"월급은 얼마나 되는가?"

"이백 된데."

미래의 장모님과 딸이 서로 묻고 대답 중이다.

장인 되실 분은 멋쩍으신 듯 내게 서툰 미소를 건네셨다.


"자네 감자탕 좋아한다며?"

장모는 인사 첫날부터 두툼한 돼지 뼈로 만든 감자탕을 내놓으셨다.

딸에게 들으신 모양이다.

그날부터 시작된 감자탕 공세는 한동안 계속되었다.

내가 조금은 익숙할 때까지는 말이다.

그때는 맛보다 이쁘게 보이려고 허둥지둥 먹었던 기억이 난다.


장모는 내 이야기에 자주 집중하셨다.

그리고는 말씀하셨다.

"지금 감자탕 줄까?"

때도 없이 감자탕 말씀하시던 이유를 이제는 알 것 같았다.

그 자애로움이 소록소록 내 마음을 더듬는 느낌이다.

두해 전 장인 따라 하늘로 가신 장모 아니 엄마 박경애 여사.

아니 박경애 씨의 사위 사랑법이 그려진다.

생각나는 얼굴(그림 유기경)

아시면서도 모른 척 묻고, 아직은 익숙하지 않으므로 매번 감자탕을 선 듯 내게 마음을 열어 주시더니 허허 웃던 그때가 생각난다.

"박경애 씨, 잘 있었어?"

내 장난 끼에 만면의 미소로 화답하셨던 박경애 씨.

잘 풀리지 않는 일에 골치 아플 때면 장모의 잔소리가 더욱 그리워 찾아갔던 이태원 집.

"박경애 씨?"

나는 어느새 철거된 처갓집 대문을 그리면서 장모를 찾고 있었다.

"박경애 씨, 잘 있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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