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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정말 모르는 친구들

추억을 요리하는 랩소디

"누구라고?"

"정말 모르겠어?"

기철이는 중학교 1학년 때부터 공부 잘하기로 유명했었다.

선생님도 기철이 성적에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깔끔한 얼굴이 남자아이인 내가 봤던 참 부러운 친구였다.

반 반장 명수는 키도 훌쩍 크고 미소년 같은 표정에 붙임성 있는 친구였다.


그런데 오늘은 아니었다.

오랜 시간이 지나고 사십이 훨씬 넘은 때에 우연히 동창회에서 그들을 만났을 때 공통점이 있었다.

"기철아, 오랜만이다."

코앞에 서 있던 기철이를 포옹하려 하자 누군가 하고 엉덩이를 내빼는 표정이었다.

"나 모르겠어?"

돌아온 대답은 실망스럽게도 기억이 없다는 것이다.


반장이었던 명수도 그랬다.

눈앞에서 "반장! 반장!" 하고 호들갑을 떠는 데도 우두커니 나만 더듬어 볼 뿐 기억은 못했다.

그들은 오래 전의 선생님은 기억했다.

잘 나가는 친구는 귀신같이 선택해서 기억하고 있었다.

누구나 악어가 될 수 없어(그림 윤기경)

나는 투명인간이었다.

내가 그들을 알고 있었지만, 그들은 내가 없는 채 그때를 보낸 것이다.

완벽한 투명인간이었다.

하긴 내가 그들을 알 필요도 없었다.

지금 나는 잘 살고 누구보다 성공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글쎄 누구였지?"

"나 기철이야."

"모르겠네."

천연스럽게 반기며 악수를 청하는 그의 손을 외면했다.


나는 그를 기억하지 않기로 했다.

악마처럼 크르르 웃고 있는 내 표정을 명수가 봤으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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