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꼴찌 탈출기

추억을 요리하는 랩소디

"58명 중에 57등이 뭐여?"

"미안해 엄마."

"전엔 55등이더니."

도토리 키재기 순위였지만, 그나마 전에는 좀 낫다는 이야기다.

"네 뒤에 아이 엄마도 어련하시겠다."

엄마는 어이없다는 듯 "깔깔" 웃음을 참지 못했다.

"58등은 축구부 선수야."

"어이쿠, 자랑이다."

생각해 보면 나도 참 어지간한 아이였다.

왜 그런 진실을 알려 드릴 생각을 했는지 모를 일이다.


"담에 반드시 1등 할게."

"그 얘기는 벌써 네 번 째다."

"믿어줘."

군밤 몇 개만 맞고 나는 엄마 옆에서 재롱을 부렸다.

그 후로도 1등을 해본 적은 없었다.

오히려 58등에 주변만 맴돌고 있었다.


엄마가 내 눈앞에서 돌아가시던 날, 나는 울지도 못했다.

내 나이 육십이 넘도록 늘 함께 했던 엄마가 보내준 꼴찌에게 보내주신 갈채가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엄마는 내 결핍이 공부 못하는 것이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던

그리움 앞에(그림 윤기경)

내가 이렇게 뉘우치고 사랑하고 결핍을 이겨내는 삶을 살아가게 한 엄마였다.

"나의 멘토 나의 사랑."

오늘 어두운 골목을 지나가는데, 어디선가 낮고 고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녀는 내 마음 내 영혼이 되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