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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의 엄지도둑

추억을 요리하는 랩소디

by 바람비행기 윤기경

"인쥐가 있어. 아주 커다란 인쥐 말이야."

엄마는 그래놓고 나만 쳐다보신다.

1970년대 먹을거리가 그리 풍부하지 않았던 시절.

집집마다 다락방이 있던 때였다.

고등학교 땐 몰래 담배를 피우는 비밀공간이 되어주기도 했다.

이제 그 다락방이 기억 너머 멀리 사라졌지만, 그곳에 켜켜이 쌓인 먼지처럼 내 기억의 한쪽에 간신히 남아 있었던 것 같다.

엄마는 귀한 것이 있으면 습관처럼 다락방에 두었다. 그곳에는 꿀단지, 마른 문어, 원기소 같은 진귀한 물건들이 수두룩 쌓여 있었다.


원기소를 아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지만, 당시 아주 맛난 영양제였다. 고소하고 달달하고....

국민학교시절이다.

형과 나는 등굣길에 오르기 전에 아들이라는 특권(?)으로 엄마로부터 원기소 서너 알씩 배급받았었다.

맛이 어찌나 달달했던지....

어느 날, 딱 두 알을 더 훔쳐 먹기로 결심했다.


두 알.... 됐다.

그러나, 한 알만 더...

아니지 이왕 내친김에 매일 배급받았던 세 알만큼 또 추가...

아니 영양제는 좋은 거야.

"내가 다 먹자."

나는 그날부터 꿀단지와 마른 문어까지 다 먹어 치웠다.

"에구, 우리 집 인쥐 때문에 못 살겠다."

유영하는 곳간(그림 윤기경)

나는 습관을 버리지 못하고 다락방 보물을 모두 소탕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고등학교 시절 없는 돈에 싸구려 담배 '청자'를 피우다가 걸렸다.

그리고 엄마가 인쥐에게 내놓은 대처는 이외였다.

어느 보니, 다락방 안쪽에 값비싼 담배 '거북선' 한 갑이 놓여 있었다.

그날부터 나는 엄마의 애인이 되었고, 다락방은 '추억'이란 새로운 보물로 가득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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