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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럭거리는 이불 속 풍경

객을 요리하는 랩소디

by 바람비행기 윤기경

"이런 이런."

문이 벌컥 열렸다.

순간 나는 심장이 멈추는 줄 알았다.

담요 안에서 먹는 거니까, 소리가 나지는 않을 거라고 안심한 터였다.

"이 자식들이 뭐 하는 거야?"

우리는 먹던 라면을 입에서 다시 개어 내야 했다. 아주 맛있게 먹던 라면이 목구멍에 넘어가지 못하고 밖으로 도로 나오게 되자, 너무 속이 상했다.

선임이 분명하다. 우리는 발각돼서 곧 죽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겨울 쟁반 위로 엎은 라면은 모락모락 맛있는 마술을 부렸다. 온종일 추위와 엄한 군기에 얼어붙은 몸이 녹아들었기 때문이다.

이제 라면을 몽땅 빼앗기고도 모자라 얼차렷을 받을 것이다.

점호를 끝내고 새벽 1시 한참 취침시간에 동기와 둘이 담요를 뒤집어쓰고 먹던 라면. 철조망 너머 음식점 아주머니한테 건네받은 소주 두 병. 이거 완전히 영창감이다.

"뭐 하는 놈들이야?"

담요에 입을 밀착하고 낮은 소리로 악을 쓰듯 하는 걸 보면 분명 일병 정도의 선임인 것 같았다.

담요가 거세게 벗겨졌다. 순간 우리는 눈을 질끈 감고 앉은 채로 부동자세가 되었다.

"헤헤헤! 나야 나 인마."

보초를 서다 한번 한 동기였다. 십년감수. 우리는 다시 담요를 끌어 녀석까지 덮어주고는 아찔한 졸병들의 새벽회식을 진행했다. 라면은 금방 바닥이 났다. 소주도 금방 끝났다.

배식소에서 양파를 가져왔다. 동기 하나는 낮은 포복으로 철조망에 근접했다.

"아주머니! 아주머니!"

대답이 없었다. 부대 철조망에서 인근 거리에는 영외근무자들이 자주 가는 대폿집이 하나 있었다. 새벽까지도 문을 여는데, 아마 장사가 일찍 끝난 듯하다.

"누구여?"

아쉽지만, 돌아서려는데 자다가 깬 아주머니 목소리가 들렸다.

"소주 좀 주세요."

나는 손에 쥐어서 꾸깃꾸깃해진 천 원짜리 지폐를 내밀었다. 아주머니는 잠시 후 가게 안으로 들어가더니, 뭔가 주섬주섬 챙겨 나왔다. 소주 두 병 그리고 지금 막 부친 모락모락 김이 오르는 파전 몇 장을 건넸다.

"어? 돈이 안 되는데요."

"괜찮아. 따뜻하게 먹어요."

나는 금방 눈물이 났다. 아주머니는 소주값도 받지 않았다. 나중에 알았지만. 며칠 후 식당은 문을 닫았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아주머니기 많이 아팠다고 했다.

훈련소에서 자대배치된 게 이제 고작 반년도 채 되지 않았다. 군대 짠 밥은 아무리 먹어도 배가 고팠다. 얼마나 그랬으면 흙을 파서 그 쓴 씀바귀를 먹었을까.

만인의 神 어머니(그림 윤기경)

가끔 대폿집 아주머니가 만들어준 파전이 생각났다. 그때 내 뇌리에 또 한 분 떠오르는 분 어머니.

어머니는 늘 이불속에서 나를 꼭 안아줬다. 어머니 품에서는 잔잔한 국화향내가 난다.

내가 라면땅을 먹고 있는데 어머니께서 내 머리칼을 쓰다듬으며 웃으셨다.

"우리 대갈장군, 그게 그리 맛있어?"

나는 과자봉지를 부스럭거리며, 입을 더욱 맛나게 오물거리며 어머니 품 안으로 더 매달렸다.

"우리 아들 이렇게 엄마품만 좋아해서 어째? 이다음에 커서 어떻게 군대 가려고?"

"나 군대 안 갈 거야."


하지만, 군대는 왔다. 그리고 어머니는 내가 보낸 사복짐을 끌어안고 많이 우셨다고 했다.

나는 이불을 덮을 때마다 생각한다. 어머니의 품부터 맛난 소주와 라면 그리고 대폿집 아주머니 생각이 주마등처럼 내 뇌리 속에서 그네를 타고 있다.

"또 뽀시랙쟁이?"

어머니께서 이불 밖에서 웃으며 나를 부르는 것 같았다.

"엄마! 엄마!"

하지만 나는 이불을 걷어내지 않았다. 이제 어머니는 그 어디에든 없기 때문이다.

"뭐 먹어?"

어머니는 이불속에서 내 입을 통해 나왔다. 혼자서도 잘 논다.

어머니 꽃 쪽두리(사진 윤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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