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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은 소'를 위해 엄마가 돼준 모든 인디언

지혜로운 인디언 엄마의 육아일기

by 바람비행기 윤기경

"엄마가 너를 만났구나."

달빛이 추운 대지를 밝히는 저녁이었어요. 엄마는 이제 막 돌 지난 아들의 들소 가죽옷을 벗기고 화톳불 근처에 뉘었어요. 그리고 열심히 들소 기름을 발라 주었지요.

"네가 엄마 아들로 태어난 것은 축복이구나."

달빛 아래 아이의 발가벗은 몸은 반짝반짝 빛났어요. 엄마는 기도하듯 고개를 내밀어 아이를 들여다보았어요.

잠자코 소중한 아이를 보던 엄마는 다시 아이를 안아 올려 가슴 가득 포옹했어요.

"축복하고 싶단다. 부디 강하게 커서 사라져 가는 우리 부족을 위해 남아주렴."

아이는 화답이라도 하는 듯 옹알이를 했어요. 마치 "그럴게요" "사랑해요"라고 외치 듯 들려왔어요. 이히족은 힘든 상태였어요. 백인들에게세니클로스 섬까지 쫓겨온 상황이었으니까요. 그래선지 엄마는 아이가 더 사랑스럽고 태어나 준 것 자체가 기특해 보인 거예요.

"오! 앉은 소 많이 컸구나."

"이리 좀 줘봐."

"다음은 내 차례야."

아이의 막사를 찾은 이웃 여자들은 아이를 안아보려고 찾아온 거예요. 아이를 안은 어느 아주머니는 볼을 비비며 좋아했어요. 어느 아주머니는 구운 감자를 가져왔어요.

"당신도 먹을 게 없을 텐데."

쫓겨오며 살다 보니, 무엇이든 넉넉지 않았던 이히족 촌락의 여성들은 더욱 힘든 상태였어요.

"이 아이는 내 아이기도 한 걸요."

"그래도......."

"너무 어렵게 생각 말아요. 나도 아이를 낳으면 더 그러실 거면서요."

모든 여인들이 핫 바탕 웃었어요. 아이도 뭘 알았는지 "끼르르르"하며 웃었어요.

"아가야! 여기 있는 모든 분들이 너의 엄마란다."

그랬어요. 촌락의 아이들은 하나같이 모든 사람들의 아이처럼 여겨졌어요.

오늘은 엄마가 바쁘니까, 슬픈 새 아주머니가 찾아와서 아이를 보고 있어요. 아주머니는 해가 떠오르자 또 아이의 가죽옷을 벗겼어요.

"앉은 소야! 태양에게 인사하렴."

아이의 몸은 햇빛에 단련이 되고 사지는 탄탄해질 거예요. 엄마가 돌아와서 슬픈 새 아주머니에게 들소 고기를 건네주었어요. 엄마는 아주머니와 고기를 향해 말했어요.

"들소야! 미안하다. 우리가 할 수 없이 너를 먹지만, 훗날 우리가 죽고 땅에 묻히면 그 땅엔 네가 먹을 수 있는 곡식이 자랄 것이다."

"내가 죽으면 너의 자손들이 평생 먹먹을 수 있는 열매의 거름이 돼줄게."

아이는 은근한 표정으로 엄마의 진지함을 보고 있어요. 인디언은 모든 생명과 친구였어요. 오늘은 슬프게도 그 친구를 죽여 살아남아야 하는 날이었거든요.

rawingPicture_1703100377559.png 나의 태양 '앉은 소'(그림 윤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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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위해 인디언들은 완전한 문장을 썼어요. 6년 동안 엄마 껌딱지였을 땐 엄마는 선생님이었어요. 모든 걸 몸속의 실천으로 아이를 가르친 거죠. 엄마는 절대 말로 하는 것보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걸 즐겨했어요.

"밖에 웬 늙은 전사가 쓰러져 있어요."

슬픈 새 아주머니가 막사 안으로 들어오며 말했어요. 엄마는 아이를 아주머니에게 맡기고 밖으로 나가 보았어요.

잔뜩 움츠린 몸으로 나무에 기대 있는 노파를 만날 수 있었어요. 며칠은 굶은 것 같아 보였어요. 엄마는 허둥지둥 막사 안으로 들어가서 갓 구운 들소 고기를 모두 노파의 손에 집어 줬어요. 어느새 나왔는지, 아이는 슬픈 새 아주머니 팔에 안겨 옹알거리고 있었어요.


아이는 그렇게 정의로운 앉은 소로 성장해 나갔습니다.

rawingPicture_1703099395567.png 미래를 예견하는 인디언(그림 윤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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