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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과 수도꼭지

감정을 잘 다스리는 법

by kmj

글을 쓰는 행위에 압박을 느끼지 않다 보니 애당초 잘 안 쓰게 되는 점이 있는 것 같다. 아무튼 저번 글을 쓰고나서 지금까지 글쓰기를 쉬는 동안 쓸거리가 너무 많아져서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막막한 상황이 되었다. 그래서 그냥 떠오르는 것들을 마구잡이로 써 내려가기로 했다. 최근 여러 사람과 나눴던 대화는 내가 쓴 '감정'에 대한 시 (혹은 비유)가 주제였다.


감정은 수도꼭지와 같아서


필요할 때는 틀되


물이 뚝뚝 떨어지게 둬선 안 된다​



처음 감정에 대한 사고를 할 때는 감정을 그저 화학물질과 인간 육신의 특별한 관계 속 융합현상이라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어릴 때부터 이상하게 울음이 나면 한 번씩 웃어보는 습관이 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내 이성이 감성보다 우월하고 지배적인 위치에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감정적인 선택으로 비합리적 상황을 연출하지 않게끔 하였다. 그런데 사실 나는 누수가 싫어 수도 자체를 끊어버린 셈이다. 나는 감정이 인간이란 동물이 진화하며 생존에 필요하게끔 설계된 일종의 보상 체계며, 보호 체계라는 것을 간과했다.



이는 우리가 허무주의자들을 떠올려보면 대부분 냉철하고 감정이 메말라 있다는 이미지가 상기되는 원인이다. 나도 중학교때를 생각해보면 그런 이미지의 사람이 아니었나 싶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감정은 물처럼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 자체가 태평양과같이 평온한 사람이라면 부작용이 없겠지만, 폭포 앞에 댐을 짓는다면 당신의 마음엔 결국 해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뜻이다. 평온한 사람도 사랑이란 피할 수 없는 폭포가 그 댐을 무너뜨린다면 굉장히 추한 꼴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사랑은 언제 어디서든 올 수 있기 때문에!



감정이 필요하다는 것은 알겠는데, 종종 짜증 나는 순간이 있다. 감정이 우리 삶에 필요한 보호/보상 체계라는 것은 이해했지만, 어떤 방식으로 작용하는지 모르는 감정들을 어떻게 처분할 것인가 고민되는 순간이다. 비유하자면, 당신을 낫게 해주는 약이 있는데, 어느 병에 어떤 원리로 작용하는지 모르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당신은 약사를 찾아가면 된다. 그런데 진화론, 그 위에 군림하는 절대적 존재를 우리는 찾아갈 수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그 약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제조 과정을 유추해 보는 것이다.



나는 이 과정을 '인과관계를 따진다'라는 문장으로 표현한다. 추상적으로 설명하자면 감정을 해체 분석하여 그 꼬리를 따라가는 길이라고 할 수 있다. 그 감정이 어떤 목적으로 나에게 다가왔는지를 인식하는 것이다. 분노는 대개 자기 보호를 위해 다가오는 감정이고, 나의 어떤 부분을 보호하려 했는지를 곰곰이 생각해 본다면 나 자신의 자아에 관해 더 많이 알 수 있고, 설령 알아내지 못했다면 그건 그거대로 분노의 감정이 당신에게 불필요하게 다가왔다는 뜻이다. 지켜야 할게 없다면 분노는 수도꼭지에서 떨어지는 누수에 불과하다.



여기서 또 하나 말하고 싶은 건 수도꼭지 밑 하수구가 막혀있으면 물이 고이고 썩어 수도꼭지를 틀 때마다 역겨운 냄새가 올라온다는 것이다. 감정을 잘 사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 처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감정이 고이면 안 된다는 것은 내가 불교에 관해 알아보며 더욱 와닿았던 말이다. 감정은 흘러가는 것이고, 물살이 거세져도 그 앞이 평온한 바다라면 곧 잔잔한 파도로 바뀌는 법이다.



감정조절을 잘하고 싶다면 아래 세 원칙만 고수하면 된다.


1. 누수를 없애라 (원인을 찾아서)


2. 물이 잘 흘러 들어갈 수 있도록 수도꼭지 밑을 깨끗이 유지한다.


3. 수도꼭지를 열고 닫는 주체가 나 자신이도록 한다.





p.s 방학 동안 조금씩 써 버릇할걸! 곧 방학이 끝난다 ㅠㅡ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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