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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유섭 Nov 18. 2021

오감도 이상식 한자 조합단어 해석에 대해 - 김유섭

    이상 오감도에 쓰인 한자 단어를 90년 동안 기존 평론가들은 조어라고 한다. 이상이 만든 의미 없는 단어, 또는 언어적 실험 등으로 치부한다.      

  이상 오감도 연작시에 이상식 한자 조합단어는 100개가 넘게 사용되고 있다. 그것이 의미 없는 언어적 실험이란 말인가? 

    

  이상식 한자 조합단어는 우리나라 한자 이름 짓기에 그 근원을 두고 있다. 이상은 한자 단어 속에 한글 문장을 숨긴 것이다. 이상식 한자 조합단어 중에 한자사전에 없는 간단한 단어로 설명하면, 오감도 시제9호의 “열풍”과 오감도 시제15호 “권총”이 가장 쉽게 다가올 것이다.

  열풍(列風)은 한자사전에 없는 단어다. 기존 평론가들은 이것을 뜨거운 바람이라고 자의적으로 해석해서 오감도 시제9호를 자위행위와 사정, 또는 각혈 등으로 해석했다. 

  그러나 열풍(列風)의 한자 列은 ‘줄짓다’, 風은 ‘가르침’을 의미한다. 그래서 열풍(列風)은 ‘줄지은 가르침’을 의미한다. 줄지은 가르침은 제국주의 일본의 민족말살정책을 말한다.

  오감도 시제15호 권총(券銃) 역시 한자사전에 없는 단어다. 한자 券은 ‘문서’, 銃은 ‘총’이다. ‘문서 총’이다. 이 ‘문서 총’으로 거울 속 나의 심장을 향해 쏜다. 거울은 민족의식이다. 민족의식 속의 나를 ‘문서 총’으로 쏘아 죽이는 것은 자발적 ‘창씨개명’이고 ‘황국신민’으로 귀화를 의미한다. 

  한자 이름을 지을 때, 앞이든 뒤든 항렬자에 붙여 의미를 만들어 이름을 짓는다. 총이라는 항렬자 앞에 ‘문서 권’을 붙여서 ‘문서 총’이라는 이름을 지었다고 생각하면 쉬울 것이다. 다만, 다른 것은 새로운 의미를 만든 것이 아니라 한글 문장을 숨긴 것이라는 점이 다를 뿐이다.     


  하나 더 걱정인 것은 제국주의 일본의 조선 민족말살정책과 일본군 위안소 설치, 신사참배, 황국신민화, 조선어 사용금지 등이 1930년대 초반에 시작되었고 더 강화되었음을 모르는 분들이 많다. 특히 창씨개명은 이토 히로부미가 강제 한일합방 이전에 이미 계획하고 있었고 1919년 시행하려고 하다가 3⸱1운동으로 중단되었고 다시 1929년 조선 총독부에서 시행하려고 했지만, 일본에서 만류해서 중단되었다가 1939년 강제로 시행되었다. 그러나 이미 강제 한일합방 직후부터 친일파들이 자발적으로 창씨개명을 하고 자식을 낳으면 일본식 이름을 짓기도 했다. 

     

  아 천재 민족시인 이상이시여 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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