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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유섭 Feb 28. 2022

이어령과 오감도와 오독의 잔치

    며칠 전 이어령씨가 세상을 떠났다. 그의 명복을 빈다. 그러나 그의 명복을 비는 것과 그의 문학적 업적에 대해 비판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생각한다. 내가 이 글을 올리는 이유는 SNS에 많은 분과 언론에서 그를 마치 한국 문학과 인문학에 거대한 업적을 남긴 분으로 다루는 것을 보면서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을 목소리이지만 중얼거리기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나는 과문해서 이어령씨의 인문학적 그리고 문학적 업적에 대한 비판이나 평가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다만 하나 이상의 오감도 해석에 한정해서 짧은 비판을 하려고 한다.

  영원히 묻혀버릴 수도 있었던 이상과 오감도를 다시 세상에 드러내서 빛을 보게 한 것은 이어령씨라고 알고 있다. 때문에 이어령씨가 이상을 한국 문학사에서 다시 평가할 수 있는 마당을 만든 것임은 분명할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그 마당에(물론 내 생각일 뿐이지만) 이상과 오감도를 올려놓고 오독의 잔치판을 연 분 역시 이어령씨라고 생각한다. 

    

  두 가지만 이야기 하겠다. 하나는 제목 오감도에 대한 이어령씨의 해석이다. 

  조감도의 새 ‘조’자를 의도적으로 까마귀 ‘오’자로 바꾸는 의도적인 오식으로 통념을 뒤집고 텍스트 전체를 문학적 메타포로 치장한다. 

  이어령씨의 해석은 제목 오감도가 의도적인 오식이라고 한다. 즉 의도적으로 틀린 글자를 썼다는 것이고 그 이유가 통념을 뒤집고 텍스트 전체를 문학적 메타포로 치장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이것은 오감도 시제1호 또는 연작시 전체가 의도적으로 통념을 뒤집으려고 오식의 단어들을 사용했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의도적인 오식이 있을 수 있는가? 오감도 연작시 15편에 100개가 넘는 의도적인 오식이라는 한자 단어들이 통념을 뒤집으려는 단순한 의도로 쓴 것이란 말인가? 

  시제1호는 오식의 한자 단어가 없다. 더구나 시제2호와 시제3호는 한자가 하나도 없는 한글시다. 특히 시제15호 “권총”은 주먹권이 아닌 문서권의 “권총”이다. 즉 “문서총”이다. “문서총” 자체로 통념 뒤집기가 아니라 은유로 상징으로 읽히지 않는가? 

  이런 100개가 넘는 이상식 한자 조합단어를 의도적인 오식, 통념을 뒤집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을 어떤 말로 표현해야 할까? 


  두 번째 시제6호 “sCANDAL”의 첫 글자만을 소문자로 표기한 것은 모든 추문(스캔들)은 처음에는 작은 소리로 울리다가 점점 커진다는 의미를 시각적으로 나타낸 것이다. 라고 이어령씨는 해석한다. 이어령씨의 해석 논리에 따르면 이것 역시 오식일 것이다. 그러나 왜 의도적으로 대문자로 쓴 스캔들 앞 첫 글자만 소문자로 썼을까? 섞어 쓰거나 뒤에 쓸 수도 있었을 텐데.... 조금만 세심하게 생각했다면 “스캔달” 첫 글자 한자만 소문자 ‘s’를 쓴 이유가 추문이 반동가리 왜놈이 일으킨 것이고, 그것이 강체 한일합방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을 텐데.... 따라서 의도적인 오식이 아니라 의도적인 문자조합 즉 의도적인 이상식 한자 조합단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을 텐데....

  이런 이어령씨의 해석에서 출발해서 오감도를 “초현실주의” “의식의 흐름” “자아분열” 등등으로 해석하는 오독의 잔치가 시작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것은 그의 오감도 해석에 대한 내 개인적인 비판일 뿐, 진심으로 세상을 떠난 이어령씨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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