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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유섭 Mar 01. 2022

3.1절에, 이상은 왜 오감도를?

    시를 왜 쓰는가? 나는 이 오래된 질문에 답을 할 능력이 없다. 다만 내가 오감도를 읽으면서 이상이라는 시인에 대해 생각한 것으로, 내 자신에게 답하려고 한다. 이상은 제국주의 일본 식민지배를 단 1초도 용납할 수 없는 조선 민족 청년이었다. 

  그는 오감도 15편에서 조선이 어떻게 제국주의 일본의 식민지가 되었는가에 크게 중점을 두지 않는다. 시제4호에서 “이상 책임의사 이상”이라고 진술하면서, ‘이왕 이렇게 된 바에는 책임의사가 되어 조선 민족을 치료하고 제국주의 일본의 형벌을 조사해서 무덤으로 보내겠다고 한다. 즉 이미 식민지가 된 상황에서 그 이유나 원인을 따지는 것보다 제국주의 일본 식민지 노예라는 현실에서 벗어나는 조선 민족의 해방과 독립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다만 시제2호에서 “나의 아버지가 나의 곁에서 조을 적에”라고 단 한 번, 아버지의 무능을 예기할 뿐이다. 

  또 하나 이상이 오감도 연작시를 발표하던 시기인 1934년 조선 민족의 상황을 적나라하게 증언한다. 제국주의 일본의 민족말살정책과 민족분열이다. 조선 민족을 지구상에서 지워버리려는 극악한 제국주의 일본의 핍박과 수탈 그리고 몇몇 기득권이 아니라 1931년 만주사변을 기점으로 등장한 친일파 때문에 조선 민족이 둘로 갈라져 분열되었다고 분노한다. 그러나 이상은 시제4호 “진단 0⸱1”라는 숫자 조합으로 제국주의 일본의 민족분열정책으로 둘로 갈라졌지만, 친일파에게 다시 단일의 조선 민족으로 돌아오라고 한다. 그러나 돌아오지 않으면 시제14호에서 이마에 낙인을 찍는 응징을 당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한다. 그리고 시제7호 화자는 윤봉길의사다, 시제8호는 일본왕 히로히토를 해부 육시한다. 제국주의 일본이 해독했다면 죽음을 당했을 것이다.

  이상의 오감도는 전쟁과 다름없는 제국주의 일본에 대한 분노와 조롱과 저항과 투쟁으로 가득 차 있다. 이상은 자신이 살던 제국주의 일본 식민지배 시대를 온몸으로 거부하고 분노하고 절규하면서 용광로 불기둥의 열정으로 전쟁과 다름없는 투쟁의 시를 쓴 천재 민족시인이다.  

  물론 시를 쓰는 이유는 시인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적어도 이상의 목숨 따위 던져버린 불의의 세상에 항거하는 용광로 불기둥의 열정에 발끝만큼이라도 가 닿을 수 있는 시를 쓰고 싶다. 대선 거리 유세에 참석한 사람이 히로히토 천황폐하 만세를 외치는 현재의 대한민국이 과연 이상이 절규하며 꿈꾸던 해방된 조선 민족의 나라가 맞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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