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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유섭 Apr 20. 2022

현대문학 100년의 해석은 버리고 다시 시작해야 한다

- 김소월과 이상 작품에 나타난 세계관 그리고 백석과 한용운

    김소월은 1903년 생이다. 이상은 1910년 생이다. 그리고 백석은 1912년 생이다. 이 세 사람이 태어난 시점은 강제 한일합방 전후로 비슷하지만, 그들의 작품에 나타나는 세계관은 너무나 다르다. 어리석은 내 생각에 지나지 않지만, 한국 현대문학에 천재 시인은 김소월과 이상 단 두 사람이다. 그러나 김소월과 이상은 강제 한일합방이라는 시대적 비극에 대한 인식과 제국주의 일본 식민지배에 대항하는 방식에 큰 차이가 있다. 이 두 천재 시인과 함께 한국 현대문학 100년에 시인이라고 할 수 있는 몇몇 분 중에, 한 명인 백석은 작품에서 또 다른 세계관을 보여준다.     

   

   

진달래꽃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우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 김소월 진달래꽃, 전문 -     


  이 시를 연애시라고 100년간 해석해 온 한국 현대문학의 해석은 버리고 다시 시작해야 한다. 

  진달래꽃에 드러나는 김소월의 세계관은 나라 잃은 천붕(天崩)의 슬픔과 절망이다. 김소월의 “진달래꽃”은 1922년에 발표되었다. 이 시기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1919년 3.1운동 이후, 그해 9월 조선 총독으로 온 *사이토 마코토가 “문화정책”이라는 미명 아래 조선 민족 분열 정책을 시작했다. 적극적으로 친일파를 발굴하고 육성하고 지원했다. 사이토 마코토의 민족 분열 정책에 대해 이상 역시 오감도 시제1호에서 상징적으로 다루고 있다. 친일파의 등장이 1920년대 조선 민족의 화두였음을 알 수 있다. 김소월도 당시 조선 사회에서 일어나는 민족 변절자와 친일파의 등장에 대해 자신의 민족정신을 드러내는 시를 쓴 것이다. 나라 잃은 슬픔과 원망과 한탄에만 머무르지 않고 나라 잃은 조선 민족을 배신하려는 친일파를 향해 붙잡지 않을 테니 꺼지라고 조롱하고 저주하면서 자신의 민족정신을 드러낸다. 김소월의 세계관은 나라 잃은 천붕(天崩)의 슬픔과 절망 속에 조선 민족으로 살았던 날에 대한 그리움과 절절한 민족의식이다.(자세한 내용은 제 페북 2021년9월2일, 제 블로그, 다음 브런치 2021년9월2일에 올린 글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환자(患者)의용태(容態)에관(關)한문제(問題)     


 




  진단(診斷)0·1

         26·10·1931

               이상(以上)    책임의사(責任醫師)   이상(李        箱)

                      -오감도 시제4호, 전문-           


  이 시를 거울에 비춘 결핵을 앓는 시인 이상의 X선 폐사진이라는 등등의 한국 현대문학 100년 간의 해석은 버리고 다시 시작해야 한다. 

  오감도 시제4호에서 이상은 자신이 의사가 되어 강제 한일합방으로 조선 민족을 식민지배하는 제국주의 일본의 죄를 밝혀서 무덤으로 보내겠다는 것이다. 동시에 둘로 분열된 조선 민족을 치료해서 하나로 만드는 민족통합과 해방을 위한 독립운동을 하겠다고 선언한다. 이상의 세계관은 제국주의 일본의 강제 한일합방과 식민지배를 단 1초도 용납할 수 없고 반드시 제국주의 일본을 멸망시키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조선 민족의 해방과 독립을 위한 독립투쟁을 하겠다고 선언한다.(자세한 내용은 제 책 『이상 오감도 해석』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 밤은 푹푹 눈이 내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내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아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내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내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 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 백석 나와 나타샤와 흰당나귀, 전문-       


  이 시를 연애시라고 하는 한국 현대문학 100년의 해석은 버리고 다시 시작해야 한다. 

  이 시는 절망의 한탄이고 술주정에 가깝다. 제국주의 일본 식민지배라는 절망의 시대상황을 술주정 형식으로 늘어놓고 있다.(자세한 내용은 2021년8월28일 제 페북, 블로그, 다음 브런치에 올린 글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백석의 세계관은 제국주의 일본 식민지배에 패배하고 살아남을 방법을 찾는 자의 모습이다. 그러나 한 가지 그를 시인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제국주의 일본에 멸망 당할 조선 민족의 삶을 기록으로, 아니 시로 남기려고 했던 것이다. 


           

나룻배와 행인       

 

  나는 나룻배.

  당신은 행인(行人).     

  

  당신은 흙발로 나를 짓밟습니다.

  나는 당신을 안고 물을 건너갑니다.

  나는 당신을 안으면 깊으나 얕으나 급한 여울이나 건너갑니다.     

 

  만일 당신이 아니 오시면 나는 바람을 쐬고 눈비를 맞으며 밤에서 낮까지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당신은 물만 건너면 나를 돌아보지도 않고 가십니다그려.

  그러나 당신이 언제든지 오실 줄만은 알아요.

  나는 당신을 기다리면서 날마다 날마다 낡아 갑니다.     


  나는 나룻배.

  당신은 행인. 

   -한용운 나룻배와 행인, 전문-     


  이 시에서 화자가 호명하는 당신을 연인, 중생, 조국 등등으로 해석하는 한국 현대문학 100년의 해석은 버리고 다시 시작해야 한다.

  한용운은 1879년 생이다. 때문에 김소월과 이상과 백석과는 또 다른 세계관이 작품에 드러난다. 한용운은 승려가 되기 전에 한학을 배웠다. 즉 유학자이기도 했다. 한용운의 세계관은 서산대사, 사명대사와 다르지 않다. 독자들은 위 시에 화자가 호명하는 당신이 누구인지 아시리라고 믿는다. 

  한용운, 김소월, 이상, 백석으로 이어지는 세계관의 변화 또는 혼재는 조선 민족에게 닥쳐온 조선 시대 말기의 혼란과 강제 한일합방과 그 이후 제국주의 일본 식민지배라는 절망적인 시대상황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어리석은 내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다. 찬란한 한국 현대문학 100년이, 나 따위의 이런 글에 눈도 꿈쩍 안 할 것이 진실이고 믿음이다. 

  미친 듯이 세상을 뒤덮는 색색의 저 봄꽃들, 정체가 뭘까? 

    

(이 글은 제 페북, 블로그, 다음 브런치에 동시에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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