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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유섭 Apr 17. 2022

이상 - 날개 (박제가 되어 버린 천재)

박제가 되어 버린 천재를 아시오?

「박제(剝製)가 되어 버린 천재(天才)」를 아시오?  

    

  날개의 첫 문장이다. 이상이 오감도를 발표한 2년 후인 1936년 9월 『조광』에 발표한 글이다. 날개가 소설인가? 하는 것은 뒤에 살피기로 하더라도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가 이상 자신을 의미하는 것이라는 둥, 또는 드물게 조선 민족을 상징하는 것이라는 등의 해석이 90년 가까운 세월 이어지고 있다. 더구나 매춘하는 아내에게 빌붙어 사는 남편..... 한국 현대문학의 비극은 오감도에 이어서 날개에서도 찬란하게 증폭되어 번성해 왔다. 나는 그 이유를 신친일파의 의도적인 오독이라고 잠시 생각했던 적 있었지만 그게 아니다. 근원적인 이유가 있다. 한국 현대문학의 비극은 세종대왕께서 600여 년 전에 양자 컴퓨터를 만들어 주셨는데 쓰레기통에 처넣어버린 한글의 비극에 있다. 물론 어리석은 내 생각일 뿐이다. 4월은 정말 잔인한 달이다. 아직도 풀리지 않은 세월호의 비극이 살아있다. 그리고 용광로 불기둥으로 타오르던 천재 민족시인 이상이 1937년 4월 17일, 26년 7개월의 너무나도 짧은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85년이 지났지만, 이곳은 여전히 에코 없는 딱한 세상이다. 힘을 내자. 공황의 늪에 빠지지 말자, 허우적거리기라도 해야 한다,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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