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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유섭 May 18. 2022

김수영의 시 풀

 풀     


    김수영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김수영의 시 “풀”은 1968년 6월 16일 김수영이 세상을 떠나기 20일 전에 쓴 시라고 알려져 있다. 즉 유고작이다. “풀”이 상징하는 것은 ‘민주주의’이다. 김수영은 1968년 당시 시대 상황을 “풀”을 민주주의를 상징하는 단어로 만들어서 절망적인 민주주의의 현실을 극복하려는 의지를 시로 드러낸다.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1연-   

  

  “비를 몰아오는 동풍” “드디어” “다시”에 주목해야 한다.

  동풍은 봄에 부는 바람이다. 그러나 여기서 바람은 자연현상의 바람이 아니다. 사회적으로 일어나는 일시적인 유행이나 분위기 또는 사상적인 경향을 의미한다. 때문에 “비”는 “흐려서”와 같이 절망을 상징하는 단어이다. 그래서 “비를 몰아오는 동풍”의 의미는 눈물을 몰아오는 봄에 즉 1968년 봄에 부는 사회적 현상이라는 의미이다.

      

  /드디어 울었다/ 라는 진술은 사회적인 현상이 드디어 비를 몰아 불어왔고 그래서 드디어 울었다는 것이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날이 흐려서 더 울었다는 것은 희망마저 보이지 않아서 더 울었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다시 누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눕는다는 것은 병들어 앓아눕는다는 의미이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2연-     

  

  김수영은 2연에서 “풀”이 눕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친절하게 설명한다. 바람 즉 풀은 사회적 현상보다 더 빨리 눕고 떠 빨리 울지만 결국 먼저 일어난다는 것이다. 어떤 사회적 현상에도 결국 풀은 먼저 일어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3연-

  

  날이 흐리고 즉 희망이 없어서 풀이 눕는다. 역시 눕는다는 것은 ‘병들어 앓아눕는다’는 의미이다.      

  /발목까지/발밑까지 눕는다/ 는 절망의 바닥까지 ‘앓아눕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바람보다 늦게 울어도/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이것이 “풀”의 속성이라는 것이고 또한 시인 김수영의 바램이기도 한 것이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그러나 지금의 현실은 풀의 뿌리 즉 풀의 근원마저 앓아눕게 한다. 1968년 5월을 바라보는 시인 김수영의 시선은 풀의 뿌리 즉 민주주의 근원마저 병이 들어 앓아눕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김수영은 왜 이런 시를 쓴 것일까?

     

*각주: 1968년 민주공화당김종필(金鍾泌) 계열의 ‘한국국민복지연구회’에서 대통령 박정희(朴正熙)를 위한 3선개헌은 저지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개진했던 일종의 당내 항명파동.     

내용

공화당 내에 비공식적으로 생긴 한국국민복지연구회가 조직을 확대하기 위해 9백여 명의 포섭 대상자들에게 배포한 정세보고서에 대통령 박정희를 모독하는 내용을 게재하여 문제가 발단, 공화당은 1968년 5월 24일 소집한 당기위원회에서 관련자들을 해당(害黨) 행위자로 규정하고 제명처분하였다.

[네이버 지식백과] 국민복지연구회사건 [國民福祉硏究會事件] (한국민족문화대백과, 한국학중앙연구원)     

 

  김수영이 말하는 “풀”은 민주주의이고 비를 몰아오는 동풍은 3선개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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