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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유섭 Jul 04. 2022

3. 서울대는 없어져야 한다

오감도 시제2호

  서울대는 없어져야 한다. 극치의 교만과 편견은 시와 시인을 우러러보지 않는다.

          

나는 나의 아버지가 되고 또 나는 나의 아버지의 아버지가 되고 나의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가 되느냐 나는 왜 나의 아버지를 껑충 뛰어넘어야 하는지

  - 오감도 시제2호, 부분 - 

    

  화자인 내가 되는 것이, 나의 아버지이고 또 나의 아버지의 아버지이고 나의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라고 이상은 명시하고 있다. 즉 내가 각각 다른 세 명의 아버지가 된다는 것을 의도적으로 강조해서 알려준다. 각각 다른 세 명의 아버지를 극치의 교만과 편견은 아버지, 할아버지, 증조할아버지라고 단정해서 해석한다. 이상의 가족사를 들먹인다. 언어유희, 말장난 등으로 매도하기도 한다. 그러나 나의 아버지의 아버지와 나의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는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것을 극치의 교만과 편견은 살피지 않는다. 시와 시인에 대한 우러러봄이 없다. 

     

  나의 아버지는 혈육의 아버지를 의미한다. 나의 아버지의 아버지는 나에게도 나의 혈육의 아버지에게도 아버지가 되는 사람을 의미한다. 나에게도 나의 혈육의 아버지에게도 아버지가 되는 사람은 백성의 어버이라고 하는 조선의 왕이다. 그리고 나의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는 나에게도 나의 혈육의 아버지에게도 조선 왕에게도 아버지가 되는 사람이다. 그 사람은 민족의 아버지 단군이다. 즉 나의 아버지는 혈육의 아버지이고 나의 아버지의 아버지는 조선의 왕이고 나의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는 단군이다. 그래서 “나는 왜 나의 아버지를 껑충 뛰어넘어야 하는지”라며 세 명의 각각 다른 아버지를 “아버지”로 통칭하는 것이다. 이러한 통칭은 시제2호에 3번이나 반복된다. 각각 다른 세 명의 아버지가 혈육의 아버지, 조선 왕, 만족의 아버지 단군임을 알려주기 위해 이상이 만든 치밀한 장치다. 극치의 교만은 이러한 장치로 시인 이상이 말하려고 하는 것이 무엇인지 살피지 않는다. 

     

  이어지는 ..... 말줄임표의 사전적 의미는 “할 말을 줄였을 때나 말이 없음을 나타낼 때에 쓰거나 문장이나 글의 일부를 생략할 때, 머뭇거림을 보일 때 쓴다.”

     

  시제2호의 말줄임표는 머뭇거림을 보일 때를 의미하고 있다. 왜일까? 내가 나의 아버지를 껑충 뛰어넘어야 하기 때문이다. 오감도가 발표된 1934년 조선은 유교 사상이 지배하던 시절이다.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아야 하고 아버지 머리맡도 지나갈 수 없었던 때다. 그런데 내가 혈육의 아버지와 조선 왕과 조선 민족의 아버지 단군을 껑충 뛰어넘어야 한다는 것은, 가족이 망하고 나라가 망하고 민족이 망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조선 민족인 내가 머뭇거릴 수밖에 없지 않은가!

  가족이 망하고 나라가 망하고 민족이 망했다는 것은 강제 한일합방으로 조선 민족이 인정하기 싫은 제국주의 일본의 식민지 노예가 되었다고 이상이 절규하며 말하는 것이다. 이러한 민족시인 이상의 절규를 언어유희, 말장난, 가족사 등을 들먹이며 해석하는 극치의 교만과 편견 서울대는 없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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