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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유섭 Jul 05. 2022

4. 서울대는 없어져야 한다

김소월 진달래꽃

  서울대는 없어져야 한다. 극치의 교만과 편견은 시와 시인을 우러러보지 않는다. 이상만큼이나 억울해서 무덤 속에서 가슴에 피를 흘리고 있을 시인이 있다. 김소월이다. 시 진달래꽃을 보자.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우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 김소월, 진달래꽃 전문 - 

     

  김소월의 대표작인 “진달래꽃”을 사랑의 이별시로 해석해왔다. 한국 현대시가 도달한 최고의 이별미학으로 평가한다. 사랑하는 이와 이별의 슬픔을 체념으로 승화시킨 작품이라고 한다. 산화공덕과 애이불비를 나타냄으로써 자기희생과 정성, 순종, 등 유교적 휴머니즘이 깔려 있다고 한다. 극치의 교만과 편견의 해석이다.

      

  이 시 어디에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이라고 할 수 있는 진술이 있는가? 없다. 그냥 이별이다. 그것도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가상의 이별이다. 화자인 나를 역겨워하며 떠나겠다고 하는 사람이 나타난다면 보내드리겠다는 것이다.

   화자인 나는 조선 민족이다. 조선 민족이 역겨워 떠나겠다면 가실 길에 진달래꽃을 뿌려주겠다고 한다. 진달래꽃이 무엇인가? 두견화다. 두견화는 나라 빼앗긴 슬픔으로 밤마다 울며 토한 피가 붉은 잎이 되었다고 하는 꽃이다. 따라서 나는 나라 빼앗긴 슬픔으로 밤마다 울며 피를 토하는 조선 민족이다. 이런 조선 민족이 역겨워 떠나겠다는 사람이 있다면 떠나라고 “보내 드리우리다” “뿌리오리다” “가시옵소서” “흘리오리다” 등의 높임말로 조롱하고 있다.


  왜 조롱하는가? 나라 빼앗긴 슬픔으로 밤마다 울며 피를 토하는 조선 민족을 역겨워하는 것은 친일파다. 그래서 진달래꽃을 아름 따다 가시려는 길, 즉 친일하려는 길에 뿌리겠다는 말이다. 누구든 친일파가 되겠다면 조선 민족의 나라 빼앗긴 피를 토하는 슬픔을 밟고 가보라는 말이다. 역으로 친일은 나라 빼앗긴 피를 토하는 조선 민족의 슬픔을 밟는 짓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3연에서 김소월은 조롱을 넘어 경멸의 마음을 드러낸다. 친일파로 변절하려는 자에게 걸음걸음 나라 빼앗긴 조선 민족의 피를 토하는 슬픔을 사뿐히 찍어(즈려)밟고 가라고 한다. 친일파가 되려는 자에 대한 분노를 “즈려밟고”로 표현하고 있다. 사랑의 이별시라는 교만과 착각의 해석은 여기서 심각하게 막힌다. 그래서 극치의 교만과 편견은 시적 자유 운운한다. 어떤 시에도 시적 자유는 없다. 있다면 그것은 시가 아니다. 해석자가 스스로 허구의 해석임을 인정하는 고백일 뿐이다. 한숨이 나온다. 김소월은 친일파가 되려는 자에게 명확하게 친일이 나라 빼앗긴 조선 민족의 피를 토하는 슬픔을 사뿐히 능멸하면서 찍어 밟는 일본 왜놈과 다르지 않은 악랄한 짓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마지막 4연에서 김소월은 미래에 친일파가 나타난다면 조선 민족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결심을 드러낸다.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는 친일파가 되려는 자는 조선 민족으로 인정할 수 없기에 떠난다고 해도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겠다고 한다. 미래에 나타날 친일파가 되려는 민족 배신자에 대한 격렬한 분노를 드러낸 것이다. 그리고 ”죽어도“ ”흘리오리다“라는 진술로 극단의 단절을 경고하고 또 조롱하면서 이 가상의 시를 끝맺고 있다. 이게 사랑의 이별시인가? 극치의 교만과 편견 서울대는 없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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