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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유섭 Jul 12. 2022

7.서울대는 없어져야 한다

이상은 혈관을 짜서 시대의 혈서를 쓴 것이다.-김기림

  서울대는 없어져야 한다. 극치의 교만과 편견은 시와 시인을 우러러보지 않는다. 어느 페친께서 제 글에 댓글을 다셨다. 다 옮길 순 없지만 일부만 소개하면 -   

   

  “이상은 장난치듯이 오감도를 쓴 거예요. 과대해석, 과대포장이 문제지요. 이상이 천재 시인이라고요? ㅎㅎ 내가 보기엔” (이어지는 뒷부분은 차마 옮기지 못하겠습니다.) 

    

  나는 이 댓글을 다신 분의 생각을 존중한다. 그러나 동의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천재 민족시인 이상에게 미안할 뿐이다. 시를 읽고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 하는 문제는 개인적인 것일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전문가라고 하시는 분들이다. 평론가, 학자, 연구자 등등 그분들은 적어도 시를 명확하게 읽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 아닐까? 

  시인이 어떤 의도로 시를 썼는지 파악되었을 때, 평론이든 논문이든 발표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것이 충족되지 않았을 때는 솔직하게 인정하는 평론이나 논문을 발표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나는 김소월부터 김수영까지의 시는 대부분 해석이 가능한 시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김소월의 “진달래꽃” 이상의 “오감도” 백석의 “나와 나타샤와 흰당나귀,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 김수영의 “풀”까지 전문가들의 해석이 끔찍하게 다가온다. 물론 어리석은 나 혼자만의 의미 없는 생각일 뿐이다.  

        

sCANDAL

-오감도 시제6호, 부분-   

  

  스캔들(scandal)의 사전적 의미는 ‘매우 충격적이고 부도덕한 사건. 또는 불명예스러운 평판이나 소문’이다. 그런데 영문 스캔들의 첫 글자 s만 소문자로 표기하고 있다. 이상 시작법의 특징 중에 하나인 시각상징이다. 이것을 극치의 교만과 편견은 “소문은 작게 시작해서 점점 크게 퍼져나간다. 라는 등의 해석을 했었다.”

  그러나 이 영문 스캔들 역시 앞뒤 문장과 이어지는 문장으로 풀어야 하는 상징이다. 즉 문장을 시각상징으로 변용한 것이다. 특히 첫 글자를 소문자 s로 표기하는 간단한 방법으로 이상은 놀라운 상징을 만들어내는 번뜩임을 보여준다. ‘매우 충격적이고 부도덕한 사건’이라는 의미를 가진 영문 스캔들의 첫 글자를 소문자로 변용해서 그 의미가 ‘반동가리 왜놈이 일으킨 매우 충격적이고 부도덕한 사건’라는 상징과 의미를 획득하게 한다. 시 전체의 의미 흐름과 앞뒤 문장들 속에서 영문 스캔들은 ‘강제 한일합방은 반동가리 왜놈이 일으킨 매우 충격적이고 부도덕한 사건이다’라는 문장으로 완성된다.


  이상은 놀라운 천재 민족시인이다. 세상을 떠난 지 90년이 다 되어가지만, 지금 보아도 우러러 경이롭기만 한 위대한 천재 민족시인이다. 오감도는 과대해석이나 과대포장과는 너무나도 거리가 멀다. 오히려 참혹한 오독의 늪에 처박혀 짓밟히고 있을 뿐이다. 무덤 속에 있을 이상의 가슴에서 피가 흐르고 있을 것이다. 

  김기림이 1949년 펴낸 이상전집에서 “이상은 제 혈관을 짜서 시대의 혈서를 쓴 것이다”라고 했던 말을 기억해야 한다. 극치의 교만과 편견은 시와 시인을 우러러보지 않는다. 서울대는 없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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