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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유섭 Jul 28. 2022

16. 서울대는 없어져야 한다

논리로 읽는다. - 나와 나타샤와 흰당나귀, 시제3호

16. 서울대는 없어져야 한다. 극치의 교만과 편견은 시와 시인을 우러러보지 않는다. <논리로 읽는다 – 나와 나타샤와 흰당나귀, 시제3호> 

    

  싸흠하는 사람은 즉 싸흠하지 아니하던 사람이고 또 싸흠하는 사람은 싸흠하지 아니하는 사람이엇기도 하니까 중략..... 싸흠하지 아니하던 사람이나 싸흠하지 아니하는 사람이 싸흠하지 아니하는 것을 구경하든지 하였으면 그만이다

                       -시제3호, 부분-

     

  한글로만 이루어진 이 간단한 시를 90년 동안 근처에도 가지 못하는 절망의 해석으로 권력을 휘둘러 온 극치의 교만과 편견은 이상이 진술하는 너무나도 단순한 논리조차 알려고 하지 않는다. 

     

  논리는 간단하다. 사람은 싸움하는 사람과 싸움하지 않는 사람으로 구분된다. 그러나 모든 사람은 근원적으로 싸움하지 않던 사람이다. 즉 사람은 근원적으로 평화를 원하는 존재라는 말이다. 그런데 싸움하는 사람이 싸움 구경을 하고 싶어서 아무에게나 싸움을 건다. 여기서 싸움 구경은 관람석에 앉아서 구경하는 관전이 아니다. 싸움하는 상대의 싸움 실력을 구경하는 싸움꾼의 관점이다. 폭력배와 다르지 않다.

  그런데 놀라운 사람이 있다. 싸움꾼이 싸움 구경을 하려고 싸움을 걸었는데 싸움하지 않는 사람이다. 즉 “싸움하지 아니하던 사람이나 싸움하지 아니하는 사람이 싸움하지 아니하는 구경”을 보여준다. 이상은 이 진술로 시의 주제를 알려주고 있다. 


  아무에게나 싸움을 걸어 싸움 구경을 하려는 제국주의 일본에게 싸움하지 아니하던, 싸움하지 아니하는 평화를 사랑하는 조선 민족은 싸움하지 아니하는 비폭력 저항을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이는 3.1운동이다. 3.1운동은 평화를 사랑하는 조선 민족의 비폭력 저항이었다. 그러나 잔악한 제국주의 일본에게 처참하게 짓밟혀 많은 조선 민족이 불타 죽고 총칼과 고문에 죽어갔다. 그래서 “그만이다”라는 분노에 찬 진술로 이상은 시를 끝낸다.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 밤은 푹푹 눈이 내린다

   -백석, 나와 나타샤와 흰당나귀, 부분- 

    

  이 시를 연애시라고 하는 한국 현대시 해석의 암흑은 언제쯤 걷힐까. 백석이 보여주는 간단한 논리를 극치의 교만과 편견은 살펴보지 않는다. 한국 현대시 해석이 절망이고 비극인 이유이다. 제목이 알려주는 것은 나와 나타샤와 흰당나귀가 동일체라는 것이다. 나는 조선 민족이다. 따라서 나타샤도 흰당나귀도 조선 민족이다. 그래서 나라를 빼앗겨 가난한 조선 민족인 내가 조선 민족을 사랑해서 형벌의 눈이 푹푹 내리는 것이다. 가난한 사람에게 눈은 형벌이다. “푹푹”은 형벌의 눈 속에 빠진다는 것을 상징하는 부사이다. 

  즉 조선 민족이 조선 민족을 사랑하는 민족애를 아름답다고 생각하면 제국주의 일본에게 형벌을 받아야 하는 세상이라는 의미이다. 극치의 교만과 편견은 시와 시인을 우러러보지 않는다. 서울대는 없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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