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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유섭 Aug 02. 2022

17. 서울대는 없어져야 한다

<거울과 문서총 - 시제15호>

  서울대는 없어져야 한다. 극치의 교만과 편견은 시와 시인을 우러러보지 않는다. <거울과 문서총 – 시제15호>  

   

나는 거울 업는 실내에 잇다. 거울 속의 나는 역시 외출 중이다. 나는 지금 거울 속의 나를 무서워하며 떨고 잇다. 거울 속의 나는 어디 가서 나를 어떻게 하랴는 음모를 하는 중일가.

                                                   -시제15호, 1연- 

    

  위 문장의 진술 논리로 이상은 거울이 민족의식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실내”는 이상식 한자 조합단어이다. 필자의 이상식 한자 조합단어 풀이로 풀면 ‘사는 곳 안’이다. 

  따라서 첫 문장 “나는 거울 업는 실내에 있다.”는 ‘나는 민족의식 없는 사는 곳 안에 있다.’이다. 즉 화자인 나는 민족의식 없는 삶을 사는 친일파라는 의미이다. 그래서 두 번째 문장, 거울 속 즉 ‘민족의식 속에 나는 역시 외출 중인’ 것이 당연하다.      


  민족의식은 나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조선 민족 전체이기도 하다. 이것을 세 번째 문장이 말하고 있다. 나는 민족의식 없는 곳에 사는 친일파이지만, 민족의식 전체 속에는 여전히 내가 친일파인 조선 민족으로 존재한다. 따라서 친일파인 나는 민족의식 속에 나이기도 한 조선 민족 전체를 무서워하며 떤다. 이러한 두려움은 네 번째 문장에서 더욱 증폭되어서 ‘민족의식 속의 나는 어디 가서 나를 어떻게 하려는 음모를 하는 중일가’ 라면서 전전긍긍한다. 실제로 왜정 강점기에 친일파들이 가장 무서워했던 것이 조선 민족의 응징이었다.     


  그런데도 민족의식 없는 친일파는 민족의식 속에 나에게 자살을 권유한다. 이는 제국주의 일본의 조선 민족 말살정책을 의미한다. 조선 민족 말살정책을 조선 민족에게 권유하는 친일파의 반민족적인 비열함이다. 이러한 비열함은 극악함으로 치달아 민족의식 속에 나를 죽이려고 한다. 친일파가 얼마나 악랄한지 이상이 생생하게 보여준다.


 나는 거울 속의 내 왼편 가슴을 견우어 권총(券銃)을 발사하얏다.

                        -시제15호, 부분- 

    

  “권총”의 “권”은 주먹권이 아니라 문서권이다. 이상식 한자 조합단어이다. “권총”의 의미를 필자의 이상식 한자 조합단어 풀이로 풀면 ‘문서총’이다. 따라서 나의 민족의식 속의 ‘내 왼편 가슴을 견우어 문서총을 발사하얏다.’ 이는 창씨개명과 황국신민으로 귀화를 상징한다. 가장 확실한 민족말살이다. 이런 친일파를 용서할 이상이 아니다. 친일파는 왜놈 흉내나 내는 모형의 삶이고 모형 심장이다. 그래서 피가 잉크다. 꿈에서마저 극형을 받는다.  

    

악수할 수조차 업는 두 사람을 송쇄한 거대한 죄가 잇다.

                   -시제15호, 부분- 

    

  그러나 이상은 하나였던 조선 민족을 둘로 쪼개 악수조차 할 수 없는, 조선 민족과 친일파로 만들어 두 사람을 봉쇄한 거대한 죄가 있다고 절규한다. 그것은 강제 한일합방으로 조선 민족을 식민지배하는 제국주의 일본이다! 벼락 치는 이상의 용광로 불기둥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극치의 교만과 편견은 시와 시인을 우러러보지 않는다. 서울대는 없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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