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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유섭 Aug 06. 2022

18. 서울대는 없어져야 한다

<전체도면 - 시제1호>

  서울대는 없어져야 한다. 극치의 교만과 편견은 시와 시인을 우러러보지 않는다. <전체도면 – 시제1호> 

    

13인(十三人)의 예해(兒孩)가 도로(道路)를 질주(疾走)하오.

(길은 막다른 골목이 적당(適當)하오.)

                     -시제1호, 부분-  

   

  오감도는 건축기사인 이상이 설계도면 형식으로 쓴 연작시다. 제목 오감도는 조감도이다. 시제1호가 전체도면, 시제2호부터 시제4호까지가 강제 한일합방, 3.1운동, 만주사변의 세부도면이다. 세제5호부터 시제15호까지는 그 각각의 상세도면이다. 이처럼 오감도 15편은 서로 유기적으로 맞물려 있는 구조물 같은 시다. 그래서 시제15호에서 뚝 끊어졌음도 알 수 있다.

     

  “13인”은 1910년 강제 한일합방 당신 조선 인구 1천3백만을 상징한다. 건축기사인 이상이 설계에 사용하는 축소비율을 적용해서 1천3백만을 13으로 축소 상징화 한 것이다. 

  “아해”로 알려진 “예해”는 이상식 한자 조합단어이다. 필자의 이상식 한자 조합단어 풀이로 풀면 ‘다시 난 어린아이’이다. 이는 시제6호에서 이상이 ‘중심이 죽어 작아졌다.’는 설명을 붙인다. 즉 조선 민족 1천3백만은 중심이 죽어 작아져서 제국주의 일본 식민지배 노예로 ‘다시 난 아이’가 되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아해”가 아닌 “예해”로 읽어야 한다. 

    

  “도로”는 첫 번째 총독이었던 데라우치 마사타케가 식민지배 시작과 동시에 폭압과 약탈을 위해 조선 전국 구석구석을 연결했던 ‘신작로’를 의미한다. 

     

  “질주”는 약탈의 신작로 위에서 처참하게 수탈당하는 조선 민족의 비극적인 노예 생활을 상징한다.

     

   ‘괄호’는 그 내밀한 사정을 들여다보면의 의미이다. 식민지배 노예가 된 조선 민족은 희망 없는 막다른 골목을 달리는 죽음과 다르지 않은 처지가 되었다는 것이다.

     

  이어지는 진술에서 이상은 조선 민족의 비폭력 저항인 3.1운동을 총칼로 짓밟은 제국주의 일본에 대한 분노를 드러내고 만주사변을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나타나서 민족을 분열시킨 친일파의 어리석음을 질타한다.

      

(길은 뚫린 골목이라도 적당(適當)하오.) 

13인(十三人)의 예해(兒孩)가 도로(道路)를 질주(疾走)하지 아니하여도 좃소.

               -시제1호, 부분- 

    

  이러한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이상은 조선 민족의 갈 길을 제시한다. 괄호로 다시 조선 민족의 내밀한 마음은 작은 희망이라도 가져야 한다. 그것이 조선 민족이 처참하게 수탈당하는 폭압과 약탈의 신작로 위를 질주하지 아니하여도 좋은 해방과 독립으로 가는 길이라고 이상은 절규하듯 소리친다. 이것이 오감도다. 이것이 위대한 천재 민족시인 이상이다. 

  극치의 교만과 편견은 시와 시인을 우러러보지 않는다. 서울대는 없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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