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유섭 Mar 03. 2023

인공 지능 시대 글쓰기와 부처

인공 지능의 가르침

  21세기는 인공 지능의 시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챗봇이 미국 변호사 시험, 의사 시험을 통과하고 여러 대학시험을 통과했다는 등 많은 소식을 전하고 있다.

 2016년 이세돌과 인공 지능 알파고와의 바둑 대결을 충격적으로 목격했었는데 몇 년도 지나지 않은 지금은 몇 걸음 더 나아가 챗봇이 인간의 영역을 침범해 오는 것을 넘어서 머지않아 인간을 지배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이세돌이 겨우 한 번 이겼던 알파고는 그 이후 딥러닝이라는 방법으로 비약적인 발전을 해서 그 후예라고 하는 카타고 등 인공지능에게 세계 일인자라고 하는 신진서도 두 점을 깔고 두어도 이기지 못한다. 정상적인 방법으로 두면 인간 최고수라도 절대로 인공 지능에게 이기지 못한다는 이야기다. 이미 바둑에서는 인공 지능이 인간을 지배하고 있다고 해도 될 것이다. 그런데 얼마 전 놀라운 사건이 일어났다.  

  미국 바둑 아마추어 6단이 인공 지능에게 이기는 방법을 연구했고 그 방법을 찾아내서 세계 최고수도 이기지 못하는 인공 지능에게 이겼다. 그 후 같은 방법을 사용한 많은 프로 기사들이 인공 지능에게 이겼고 그 과정을 유튜브에 올리기도 했다. 심지어는 바둑을 둘 줄 모르는 사람도 그 방법으로 두면 인공 지능에게 이길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 모 바둑 프로 기사가 실시간으로 인공 지능에게 이기는 방법을 사용해서 그동안 한 번도 이기지 못했던 인공 지능에게 이기는 것을 생중계하기도 했다. 사실상 승부라는 측면에서 보면 바둑 인공 지능은 무용지물이 된 것이다.      

  물론 이것이 일시적인 현상에 지나지 않을지 모른다. 발전 중인 인공 지능이 더 완벽해지는 계기가 되는 작은 사건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미국 바둑 아마추어 기사가 밝혀낸 인공 지능을 이기는 방법을 살펴보면 간단하다. 

  바둑이 만들어진 이래로 수천 년 두어졌던 바둑과 전혀 다른 바둑을 두어서 이긴 것이다. 인공 지능은 인간이 두었던 바둑의 기보를 저장하고 그 기보를 바탕으로 끝없이 딥러닝을 한다. 그런 까닭에 인간이 두지 않았던 바둑에는 속수무책이다. 이는 소위 인공 지능이라고 하는 것이 마치 인간의 지능과 같다고 생각하면 큰 착각이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인공 지능이라는 명명은 잘못된 것이고 그저 상업적 명명일 뿐이다. 나는 그냥 기계 지능이라고 명명하고 싶다.     


  여기서 인공 지능 시대의 글쓰기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인공 지능이 침범하고 있는 영역은 한정되어 있지 않다. 인간 고유의 영역이라고 여겼던 글쓰기 특히 시, 소설 등에서도 이미 인공 지능이 쓴 소설이 책으로 출간되어 팔리고 있다고 한다. 시 역시도 인공 지능이 쓴 시가 여기저기에서 발표되고 있다. 다른 예술 분야도 다르지 않은 모양이다. 어쩌면 시와 소설에서도 인간이 쓴 시와 소설보다 인공 지능이 쓴 시가 더 잘 팔리고 위대하다고 믿는 시대가 올지 모른다. 그러나 나는 기우라고 믿는다.

  다만 기원전 563년에 태어난 부처가 해탈하지 않으면 인간 역시도 중생 즉 짐승이라고고 했던, 인간도 깨닫지 못하면 영원한 윤회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짐승일 뿐이라는 가르침을 2023년 지금 인공 지능이 인간에게 또 다른 방식으로 가르침을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부처의 가르침은 종교적 측면을 빼고 내 방식으로 해석하면 짐승과 다른 삶을 살아야 인간이라는 것이고, 2023년 인공 지능의 가르침은 수천 년 써왔던 글쓰기를 버리고 전혀 새로운 글쓰기를 하지 않으면 기계보다 못한 단백질 덩어리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다. 이는 경고이기도 하다. 

  인간이 수천 년 써왔던 글은 빠짐없이 인공 지능에 저장되고 딥러닝 중이다. 이런 인공 지능의 글쓰기를 수천 년 써왔던 방식으로 글을 써서 당신이 인공 지능보다 좋은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은 착각이다. 물론 어떤 글이 좋은 글인가? 하는 것은 제외하고 시와 소설로 한정해서 단순화시킨다면 말이다.     


  그러면 어떤 글이 인간이 수천 년 써온 글과 다른 글인가? 놀랍게도 우리는 100년 이상을 앞서간 천재 이상을 보유한 민족이다. 이상은 100년 전에 수천 년 써왔던 글쓰기와 전혀 다른 시와 소설과 수필을 우리에게 안겨 주었다. 그런데 이 놀라운 축복을 미친놈 헛소리, 정신병자, 죽여버리겠다고 했던 민족이다. 이는 거의 100년이 흐른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2023년 3월 1일 왜놈에게 조선 민족 20000명이 살해당한 3.1절에 일장기를 내거는 나라에 산다. 이상은 무덤에서 자신이 쓴 「오감도」 「날개」 「권태」를 불태워버리고 싶으리라.

 아, 이상이 불쌍하다.

작가의 이전글 한글 배우기 쉽다고 쉬운 글로 착각, 한국 현대시 오독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