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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유섭 Mar 27. 2023

이상을 사랑하는 독자에게

나는 왜 한국 문학평론에 분노하는가!

     “그 33번지라는 것이 구조가 흡사 유곽이라는 느낌이 없지 않다. 한 번지에 18가구가 죽― 어깨를 맞대고 늘어서서 창호가 똑같고 아궁이 모양이 똑같다.” (이상 날개 중에서)  

   

  이상의 대표작 중 하나인 「날개」에 줄을 그어 박스로 묶어놓은 부분 다음에 나오는 시작 부분이다. 지난 90년 동안의 해석은 저 “33번지”라는 것이 1936년 당시 종로 33번지 일대가 사창가였고 또한 “창호가 똑같고 아궁이 모양이 똑같다”는 진술을 당시 내부 구조가 비슷했다는 사창가를 의미한다고 해석한다. 그래서「날개」의 아내는 몸을 파는 여자이고 주인공 나는 몸을 파는 아내에 기대 사는 기둥서방쯤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장을 살펴 읽으면 이상은 “33번지”가 사창가가 아니라고 한다. 

    

  “구조가 흡사 유곽이라는 느낌이 없지 않다.”

      

  이 문장은 “33번지”가 유곽의 느낌이 없지 않지만, 유곽이 아니라는 말이다. 여기서 “느낌”은 관념적인 의미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느낌"은「날개」의 아내가 몸을 파는 여자가 아니고 주인공 나 역시 몸을 파는 아내에게 기대 사는 기둥서방쯤 되는 사람이 아님을 이상이 알려주는 장치이기도 하다. 


   “농가(農家)가 가운데 길 하나를 두고 좌우로 한 10여 호씩 있다. 휘청거린 소나무 기둥, 흙을 주물러 바른 벽, 강낭대로 둘러싼 울타리, 울타리를 덮은 호박 덩굴 모두가 그게 그것같이 똑같다.”(이상 권태 중에서)

     

  이상의 권태 시작 부분에 나오는 문장이다. 권태에서도 이상은 길 하나를 두고 좌우로 한 10여 호씩 있는 농가를 똑같다고 한다. 이처럼 이상이 권태에서 “똑같다”고 하는 것과 날개에서 “똑같다”고 하는 것은 이상이 자신의 의도를 독자에게 알려주는 친절이기도 하다. 

     

  권태 역시 이상이 평남 성천을 여행했던 경험을 바탕에 두고 쓴 글이라는 것이 90년 동안의 해석이다. 그러나 권태 그 어디에도 당시 조선의 농촌 특히 벽촌을 이야기하고 있지 않다.

     

  “동(東)에 팔봉산(八峰山). 곡선은 왜 저리도 굴곡이 없이 단조로운고? 서를 보아도 벌판, 남을 보아도 벌판, 북을 보아도 벌판, 아―이 벌판은 어쩌라고 이렇게 한이 없이 늘어 놓였을꼬? 어쩌자고 저렇게까지 똑같이 초록색 하나로 되어먹었노?”(이상 권태 중에서) 

    

  평남 성천이 동에 팔봉산이 있고 서쪽 남쪽 북쪽으로 한이 없이 늘어 놓인 벌판이 있는 곳인가? 특히 “한이 없이 늘어 놓인 벌판”은 그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또한 여기서도 이상은 “똑같이”를 사용하고 있다. 날개의 “똑같이” 권태의 “똑같이” 이상이 “똑같이”라는 부사를 왜 이토록 반복해서 사용하는지 그 이유를 날개에서도 권태에서도 밝히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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