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유섭 Jun 11. 2023

쳇GPT4와 시쓰기 -김유섭

쳇GPT4와 시쓰기

투명코끼리

 

         

도시 뒷골목에 사는 투명코끼리

눈물로 낙서한 벽 속에 

사람들은 누구일까. 

하늘 끝자락을 지나가며 우는 무늬 철새

      

길게 코를 뻗어 아스팔트를 더듬을 때

빌딩 사이로 질주하는 자동차들

엔진에서 터져 나오는 금속 굉음

휘황한 전등 불빛에 가려져 잊혀버린 별 

     

스마트폰에 묻힌 사람들

바쁘게 몰려가는 곳이 어딘지

코끼리는 번쩍이는 전자발걸음에 눈을 감는다.

숲과 들판과 강물의 냄새를 맡은 지 오래, 

    

기다리고 기다려도 오지 않는 지평선

텅 빈 거리를 휘감는 

플라스틱 먼지 속에

투명을 벗지 못한 코끼리가 산다. 


    

  위 시는 내가 인공지능에 어떤 명령어를 주고 생성시킨 시 5편 중에서 하나를 골라 인공지능이 가진 넘을 수 없는 한계를 제거해서 인간화시킨 작품이다. 

  이것이 수준이 높은가? 는 논외로 하고 나는 인공지능이 쓰는 시와 사람이 쓰는 시는 서로 넘을 수 없는 벽이 있고 이는 인공지능이 어떻게 진화하더라도 지금의 방식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인공지능이 생성한 시를 사람이 인간화시키면 위의 “투명코끼리”와 같은 시가 될 것이다. 그러나 위 시 “투명코끼리”를 나는 내 작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인공지능에 어떤 명령어를 주고 생성시킨 시 중에 하나를 골라서 10~20분도 걸리지 않은 시간에 인간화시킨 것이다. 물론 명령어도 내가 만든 것이고 또 내가 인간화시켰기 때문에 내 작품이라고 주장할 수 있지만, 이것은 잘못된 주장이라고 생각한다.

  시의 시작과 마무리는 내가 했어도 중간을 인공지능이 쓴 것이다. 그래서 “투명코끼리”에는 시인인 내가 존재하지 않는다. 즉 시인이 들어있지 않은, 시인의 창의성이 빠진 시라고 생각한다. 시의 소재와 연과 행 그리고 리듬과 문장과 단어, 구조 등등을 인공지능이 통계와 확률과 계산으로 조합해낸 것이다. 그것을 내가 바꾸고 보충하고 덧붙이기는 했지만 명백하게 내가 시를 생각하고 잉태하고 몸과 마음과 정신으로 낳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이 고도화되고 나보다 훨씬 뛰어난 시인이 이런 방식의 작업으로 불후의 명작을 쓴다고 한들, 그 시인의 작품으로 인정할 수 있을까. 

  그 작품은 시인의 창의성이 빠진, 시도 아니고 그 시인의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과연 인간이 쓴 시와 인공지능의 도움으로 쓴 시를 구별할 수 있을까? 재미있다.

작가의 이전글 쳇GPT4, 이상 오감도 해석은 깡통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