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지하고 지순한 코미디
시인은 자신의 미학과 시론으로 시를 쓴다. 시인이 100명이면 100개의 미학과 시론이 있는 것이다. 미학이라고 시론이라고 명확하게 생각하고 의식하면서 쓴 시가 아닐지라도 이미 시 속에는 시인의 미학과 시론이 들어있다.
이것이 시인이 존재하고 시가 존재하고 또한 시를 읽는 이유일 것이다.
물론 유명한 미학이 있을 수 있고 널리 알려진 시론이 있을 수 있다. 공부해야 할 의미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그 사람의 눈 밝은 미학이고 사려 깊은 시론일 뿐이다.
어떤 시인이 자신의 미학과 시론이 아닌 유명하고 널리 알려진 미학과 시론을 근원으로 시를 쓴다면 그것은 시가 아니라 말장난일 것이다. 세상에는 진지하고 지순한 코미디가 참 많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