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원작 드라마 <내일> 방영 기념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다
처음에는 설정 자체가 너무도 황당하여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게다가 그림체도 내가 좋아하는 그림체가 아니었다. 마치 만화책 <도박묵시록 카이지>의 주인공들 같았다. 게다가, 저승사자의 등장은 너무 뻔했고, 염라대왕은 산적같이 생겼고, 옥황상제는 더군다나 여성으로 등장해서 어색하기 짝이 없었다. 그런데, 이런 캐릭터 설정도 어쩌면 우리 편견이 개입되어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편견을 깨기 위해 어색하지만 이런 설정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설정도 다소 어색하다. 주인공이 저승사자들과 함께 자살방지를 위해 사람들을 구해내는 어찌 보면 단순한 이야기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나도 이게 뭐야 싶었다.
그런데, 설정은 다소 억지스러울지 모르겠으나 내용으로 들어가는 순간 푹 빠져 들 수밖에 없었다.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 내리고, 눈물을 훔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하나의 에피소드들이 시작과 끝을 가지고 있다. 그러면서도 다양한 사회 문제를 다루고 있어 좋았다.
공감이 주는 위로
내 인생 최고의 ‘인생 웹툰’이라 생각한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다소 작위적인 설정에 아쉬워했으나 내용으로 들어가는 순간 푹 빠져들었다. 각 캐릭터들의 매력과 묵직한 위로가 더해지면서 재미와 감동을 동시에 보여주었다. ‘왕따를 당하는 중학생’, ‘앞날이 막막하기만 한 재수생’, ‘남루한 인생의 끝자락에서 선 참전용사 할아버지’,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남자’, ‘성폭행 피해자’ 등등 각각의 에피소드를 통해 사회 문제를 이야기하면서도 각각의 인물들의 삶의 이야기들 묵묵히 들어주는 장면들은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그 누구도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려 하지 않았고, 듣고도 모른 척 무시했을 것이다. 그 결과, 이들은 삶의 끝 절벽에 서서 이 세상과 작별을 하려고 했을 것이다. 그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었을 뿐인데 그들은 용기를 내서 다시 세상 속으로 돌아온다.
어쩌면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단 한가지. 그들의 이야기에 귀기울여 주는 것이었으리라. 교육과정을 통해 공감하며 듣기를 충분히 가르치고 배우지만, 그저 시험을 위한 공부만 하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 보았다. 말 그대로 공감하며 듣는 것만으로도 한 생명을 살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말로만이 아닌 실천이 필요한 때이다.
문제 해결 방식
문제 해결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가장 쉬운 방법은 폭력이다. 그래서인지 수많은 매체에서 이 방법을 통해 아주 쉽게 해결하곤 한다. 하지만, 이 방법은 많은 부작용을 가지고 있다. 일시적인 방법이고, 극단적인 방법이며 근본적인 문제해결이 되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한 번 폭력에 빠지면 중독되기 마련이다. 왜냐하면 가장 쉬운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부모자식 사이에도 이 폭력이 문제가 될 때가 많다. <이상한 정상가족>을 보기 전까지는 어느 정도 폭력에 찬성했었다. 그리고 <주먹을 꼭 써야할까?>를 읽으면서도 우리는 너무 쉬운 방법만을 찾는 건 아닌가 싶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 생각만해도 너무 머리가 아프다. 방법이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내 인생영화 <In a better world>에서는 폭력을 폭력으로 대항하지 않는다. 오히려 희생과 사랑으로 보여준다. 현실에서는 참 어려운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내일>에서는 어떻게 문제를 해결해나갈까?
에피소드마다 조금씩 다르다. 왕따를 당한 학생의 경우에는 가해자 학생에게 벌을 준다. 비현실적이기는 하지만, 가장 좋은 문제해결방법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똑같이 폭력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의 똑같은 감정을 느끼게 해 준다. 뇌과학의 발달로 혹시 가능해질지도 모르겠다. 간단하다. 이것이 바로 공감이다. 같은 감정을 느끼는 것. 이것이 바로 조앤.K.롤링이 말한 상상력이다.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가장 고차원적인 능력. 바로 상상력. 즉, 공감능력이다. 이 공감을 통해 문제해결을 할 수만 있다면 세상은 좀 더 따뜻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