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를 잃지 않기 위해
처음에는 근면하고, 나중에는 태만해지는 것이 인지상정이니,
바라옵건대 삼가기를 처음과 같이 하소서.
한명회가 성종 임금에게 남긴 유언이다.
어느덧, 아이들과 함께한지도 20년이 지났다.
강산이 한 번 바뀐다는 10년. 2번 바뀌었다.
그런데도, 난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해온 느낌이다.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춘다고,
이리저리 웹툰을 보고, 영화를 보고, 게임을 하고, 자료를 모았다.
물론, 내가 좋아해서 한 일이기는 하다.
이 야심찬 자료들을 보여주면, 저절로 소통이 될 줄 알았다.
그런데, 아이들은 내 생각대로 움직여지지 않았다.
내 욕심이 너무 많았던걸까?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큰 법.
그러다보니 아무 것도 하기 싫어진다.
처음에는 열정적으로 시작했다가
점점 매너리즘에 빠져가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고여 있는 물은 썩기 마련이니,
항상 흐르는 물이 되자’는 내 신념이 자꾸 흔들린다.
정약용의 <수오재기>가 생각난다.
무엇보다도 잃기 쉬운 자기 자신....
자기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공부를 해야하지 않을까?
이런 때면 노래를 듣는다.
노래가 주는 위로가 좋다.
이승환의 <물어본다>를 들으며
나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생각해본다.
“ 많이 닮아있는 건 같으니 어렸을 적 그리던 네 모습과
순수한 열정을 소망해오던 푸른 가슴의 그 꼬마 아이와
어른이 되어가는 사이 현실과 마주쳤을 때
도망치지 않으려 피해가지 않으려
내 안에 숨지 않게 나에게 속지 않게
오 그런 나이어 왔는지 나에게 물어 본다
부끄럽지 않도록 불행하지 않도록 워워어 않도록
푸른 가슴의 그 꼬마아이는 무엇을 잃고 무엇을 얻었니
어른이 되어 가는 사이 현실과 마주쳤을 때
도망치지 않으려 피해가지 않으려
내 안에 숨지 않게 나에게 속지 않게
오 그런 나이어 왔는지 나에게 물어본다
부끄럽지 않도록 불행하지 않도록 더 늦지 않도록
부조리한 현실과 불확실한 미래에
내 안에 숨지 않게 나에게 속지 않게
오 그런 나이어 왔는지 나에게 물어 본다
부끄럽지 않도록 불행하지 않도록 워워어 않도록 ”
유희열의 스케치북 – 이승환, 물어본다.
( https://youtu.be/E5fI1ou-9Fc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