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工夫) : 학문이나 기술을 배우고 익힘. - 표준국어대사전
공부(工夫) : 학문이나 기술을 배우고 익힘. - 표준국어대사전
전부터 쓰고 싶었다. 20년이 넘도록 고등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하며 느낀 점들이 많아서이기도 하고, 자라고 있는 우리들의 자녀들을 위해서도 공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우리는 평생 공부를 하며 살아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부를 좋아서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왜일까?
공부에는 크게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시험공부, 또 다른 하나는 그냥 공부.
무슨 말이냐 하면,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하는 공부와 자기 발전(자아 실현)을 위해 하는 공부가 그것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학교 교육을 통해 대부분 시험 공부를 해왔다고 볼 수 있다. 정답을 찾는 공부, 게다가 석차가 나오는 공부. 결국 원하는 대학에 합격하기 위해 공부를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대학입시와 관계가 적은 교과는 인기가 없다. 제2외국어도 그렇고, 예체능 과목도 그러하다. 그래서, 주로 국영수 과목과 사회탐구, 과학탐구에 공부가 집중되어 있다. 이렇게 집중된 교과를 집중적으로 공부하면서도 성적과 달리 교과 흥미도는 항상 낮은 편이다.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를 보면, 성적은 상위권인데도 교과 흥미도는 상당히 낮은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아이들은 재미없는 공부를 집중적으로 하고 있는 형편이다. <공부중독>(엄기호, 하지현, 위고)을 보면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잘 보여주고 있다. 너나 할 것 없이 사교육을 받고 학원을 다니면서도 계속 불안감에 시달리는 아이들. 그리고, 학부모. 이 불안감을 교묘하게 이용하는 사교육 시장. 그러면서도 아직 준비가 안 되었다며 독립하지 못하고 대학원 공부를 계속하며 자립하지 못하는 아이들.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혼란스러운 사람들. 효율성만을 강조한 나머지 토론이나 모둠활동을 시간 낭비라 생각하는 아이들. 정답은 잘 찾지만, 문제는 해결하지 못하는 아이들. 모두 다 하는데 나만 안 할 수 없는 사교육. 남들에게 뒤처지는 건 아닌지 불안감에 휩싸이는 부모들. 공부에 대한 불쾌한 기억. 나를 좌절시키는 기억들. 앎의 핵심은 호기심이고 재미인데, 오히려 이렇게 재미없는 공부를 계속 해야하는 고통. 학력간 임금격차가 크다는 경제논리. 불안감을 이용하는 학원들. 이것은 투자가 아니라 투기에 가깝다. 공부는 왜 하는가? 성장하기 위해서 한다. 성장하기 위한 도구가 공부인 셈이다. 그러니, 무엇이든 공부할 수 있다. 나의 성장을 위해서는.
그래서, 정답을 찾는 공부를 하지 말자는 것은 아니다. 물론, 정답을 찾는 공부도 필요하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공부를 더 해야 한다. 지금도 할 게 많은데, 무슨 공부를 더하냐고, 어떻게 더 할 수 있냐고 따질 수도 있지만, 더 해야 한다. 우리 인생에는 정답이 없는 문제들이 더 많다.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는 사고력이 필요하다. 다양한 관점에서 사회를 세상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우리는 어떤 공부를 해야할지 함께 논의해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