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이었던 아버지 기억으로 발을 디뎌본다
아버지를 부르면 모든 바깥이 뒤돌아보았다
입구엔 미술 시간에 만든 번쩍번쩍한 문패가 우리집을 지키고 있었다
일곱 식구들을 덮어주는 바깥이었던 아버지
우리는 아버지 절기에 맞춰 자랐다
꽃이 핀 담배밭은 매웠고 들어가면 숨이 막혔다
늘 밖에 계셔서일까
아버지 손등엔 웬 혹이 그리 많았을까
서둘러 별의 문패가 된 아버지
사나흘 충혈된 눈을 비비고 바깥을 돌아봤을 때
밀고 나갈 힘이 없었다
아버지 걸음을 이어받는 일은 세계가 바뀌는 일이어서
걸어나갈 준비가 안 된 바깥은 어두워서 넘어질 거 같았다
아버지라는 말에는 뼈가 있어 아버지를 찾을 때마다 지붕을 떠올린다
그때의 아버지 나이를 지나
절기가 몇 바퀴 바뀌어도 여전히 바깥인 아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