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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혜향 Oct 29. 2023

지붕 밑의 세계

중년이었던 아버지 기억으로 발을 디뎌본다   

  

아버지를 부르면 모든 바깥이 뒤돌아보았다     


입구엔 미술 시간에 만든 번쩍번쩍한 문패가 우리집을 지키고 있었다     


일곱 식구들을 덮어주는 바깥이었던 아버지

우리는 아버지 절기에 맞춰 자랐다

꽃이 핀 담배밭은 매웠고 들어가면 숨이 막혔다    

 

늘 밖에 계셔서일까

아버지 손등엔 웬 혹이 그리 많았을까     


서둘러 별의 문패가 된 아버지     


사나흘 충혈된 눈을 비비고 바깥을 돌아봤을 때

밀고 나갈 힘이 없었다     


아버지 걸음을 이어받는 일은 세계가 바뀌는 일이어서

걸어나갈 준비가 안 된 바깥은 어두워서 넘어질 거 같았다     


아버지라는 말에는 뼈가 있어 아버지를 찾을 때마다 지붕을 떠올린다     


그때의 아버지 나이를 지나 

절기가 몇 바퀴 바뀌어도 여전히 바깥인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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