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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혜향 Oct 29. 2023

월말부부

달걀 한 판에서 한 알을 꺼내면

하루가 지워집니다

오늘 아침은 쌍란입니다,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날엔

프라이팬에 두 개의 달이 뜹니다

그와 한 달 만에 만나는 날이지요

빈곳이 늘어날수록 만나는 날이 가까워집니다

잘못 집어든 달걀이 발치에 떨어져 깨지는 날도 있습니다

약속은 껍질이 얇아 잘 깨집니다

머릿속에 끈적끈적 엉겨 붙어 하던 일이 뒤죽박죽입니다

바깥인데 마네킹처럼 창고에 갇힙니다

엘리베이터는 가만히 멈춰 있고

서 있는 곳이 사막인지 초원인지 모릅니다

시월의 바람은 금방 헤어질 연인처럼 싸늘합니다

반숙의 아침이 늘어납니다

만남은 설익은 것에서 시작하니까요

비어 있는 곳에 떨어뜨려도 깨지지 않는

믿음이 채워집니다

내일은 완숙의 만월이 뜰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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