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곳의 풍경입니다
십일월 바람에 혼자 즐겁게 흔들립니다
아무도 모르게 찾아와 울기 좋은 곳입니다
공원에서 나는 기다리고 있다가
삐걱거리며 슬픔을 받쳐주는 허공의 의자입니다
이곳에는 수많은 주인공과 단역이 있습니다
주인공 한 컷을 찍기 위해 정지된 버튼
나에게 앉는 순간 그가 주인공이 됩니다
주인공은 일부지만 단역에겐 전부입니다
하루 종일 기다리던 단풍나무 얼굴이 그새 반쪽이 되었습니다
낮과 밤이 지나는 동안
나는 당신이 떠난 그대로 비어있는 그네입니다 사나흘은 비가 오고 사나흘은 바람이 붑니다 십일월이 십이월로 떠날 준비를 합니다
딱딱한 심장이라 다행입니다
한겨울 쓸 만큼의 눈물이 저장되었으나 기다리는데 익숙합니다
풍경이 조금씩 지워지고 있습니다
나는 떠나지 못합니다
두 개의 줄이 추억을 꼭 붙들고 있습니다